SK케미컬이 지난 7월 신약 1호인 항암제 ''선플라'' 개발에 성공하자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신약개발은 국내 제약사에 하나의 큰 획을 그었다.
한국 과학수준으로 볼때 신약개발은 매우 늦은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이미 70년에 신약을 개발했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난립해 있는 국내 제약산업 여건에서 신약개발은 ''꿈''
의 한계였다.
일반적으로 신약이 탄생하려면 최소한 1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비용도 수천억원대가 요구된다.
실패하면 이 돈은 허공으로 날아간다.
성공하면 단번에 명예와 부가 보장된다.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또 약 설계사, 유기화학자, 약리학자, 수의학자,
임상학자 등의 호흡이 맞아야 한다.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뒤처지는 분야가 있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더라도 인간에게 실제로 쓰이는 약물로
상품화되는 건 겨우 수천분의 1의 확률을 넘지 못한다.
SK케미칼의 김대기 상무는 이러한 어려움을 모두 극북, 한국 신약1호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낸 인물로 통한다.
그는 ''항암제 연구회''를 조직했다.
산.학.연이 함께 선플라 연구에 매달린 것.
그가 근무하는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실 인력은 10여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함께 신약개발에 참여한 외부인력은 서울대 김노경 교수 등 모두
70여명에 이른다.
''선플라''는 흔히 제3세대 백금착체 항암제로 불린다.
백금착체란 말이 붙는 이유는 분자구조의 중심에 있는 백금(Pt) 원자가
암세포의 DNA 복제를 방해해 암세포 증식을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76년에 개발된 제1세대 시스플라틴(cisplayin)은 항암효과는 탁월하지만
독성이 너무 강해 부작용도 심했다.
86년에 나온 제2세대 항암제인 카보플라틴(carboplatin)은 독성은 줄였으나
항암효과가 낮고 적용범위도 너무 좁았다.
이에 반해 선플라는 항암효과도 뛰어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한 약이다.
가격도 1개월 투여량을 기준했을 때 2백만~3백만원이나 하는데 비해 선플라
는 60만원 수준으로 훨씬 싸다.
현재 선플라는 미국 영국 등 20여개국에 특허가 출원돼 있다.
선플라의 개발이 갖는 가장 큰 의의는 무엇보다 국내 신약개발의 물꼬를
열었다는 점이다.
후발업체들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투자분위기를
조성해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높여준 것이다.
SK케미칼 김대기 상무는 "우리가 일본에 비해 신약개발이 29년이나 뒤졌지만
일단 신약개발에 성공한 이상 그격 차는 급속히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은 지난 90년부터 선플라의 개발을 시작, 10년간 모두 81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끝에 시판 허가를 받았다.
국내 항암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6백50억원 규모에 달하며 연간
1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백금착체 항암제인 시스플라틴과
카보플라틴의 연간 수입금액이 50억~70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선플라의
개발로 연간 최대 50억~7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 정구학 기자 cg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