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면 알아 못 볼
사람들끼리
비웃이 타는 데서
타래곱과 도루모기와
피 터진 닭의 볏 찌르르 타는
아스라한 연기 속에서
목이랑 껴안고
웃음으로 웃음으로 헤어져야
마음 편쿠나
슬픈 사람들끼리

이용악(1914~?) 시집 "오랑캐꽃" 에서

-----------------------------------------------------------------------

먹고 살기 위해서겠지.

내일이면 한 친구는 만주로, 또 한 친구는 일본으로 떠나야 한다.

이제 길에서 만나도 알아보지 못하는 남남이 되는 판이다.

마지막 밤 그 슬픈 사람들끼리 종로 혹은 청진동 뒷골목 선술집에서
만났으리라.

시에서 곱창 타는 냄새, 도루모기 타는 냄새가 나고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이용악의 시는 이렇게 사람 사는 냄새가 짙어 아름답다.

그는 함북 경성 출생으로 시집 "분수령" "낡은 집" "오랑캐꽃"을 남겼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