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를 통해 세계가 하나로 묶이는 21세기엔 그 영향력이 더 커질수
밖에 없다. 문화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무한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각국은
이제 그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뉴밀레니엄시대를 맞아 문화의 중요성을 언급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지적이다.
21세기의 국가위상은 "문화적 힘"에 의해 좌우된다는 얘기다.
인터넷 보급확산과 디지털기술의 발달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문화교류를
빠른 속도로 확산시키고 있다.
19세기의 무력을 통한 경제적 영토확장 싸움이 컴퓨터와 전송라인을 이용한
총체적 문화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Contents)는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힘의 요체다.
그 위력을 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적 자원의 축적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경쟁력은 바로 문화란 밑바탕이 탄탄해야만 꽃피울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에 인류는 경제적 풍요에 따라 삶의 질을 높이려는 욕구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문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문화와 연계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포함한 이머징(Emerging)산업이
벌써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모든 것을 문화적 관점에서 다시 설계해야하는 시점이 올지도 모른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뉴밀레니엄을 불과 몇년 앞두고 국제통화기금(IMF)관리
체제를 맞고 말았다.
경제위기의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문화의 중요성과 문화정책
수립방향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뉴밀레니엄 D-100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다행히 최근 DJ정부가 내년도 문화예산규모를 전체예산의 1%를 넘는 수준
으로 책정, 발표했다.
95년의 0.5%에서 5년만에 두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프랑스가 80년대초 "문화예산 1%"책정을 문화중흥의 계기로 삼아
문화국가로서의 발전을 이룩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같은 정부의 문화예산 책정을 계기로 뉴밀레니엄시대의 바람직한 문화정책
방향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앞으로 도래할 고도정보화 사회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정책수립
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에 투자하는 것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
우리는 해방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제성장 제일주의에 매달려 왔다.
문화와 가치의 중요성을 간과해온 측면이 강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IMF관리체제도 결국 문화와 가치체계의 붕괴가 원인일지도 모른다.
서울에 집중된 문화의 중앙집권화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지방분권화를 꾀하는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문화정책 수립.시행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자치단체로
넘겨 지방의 문화를 활성화해 나가는 차원이다.
지방으로부터 중앙으로의 문화발신시대를 기대해 본다.
문화의 다원주의개념을 도입해보자.
문화의 본질중 하나는 개인들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밀레니엄 시대에 문화의 다원주의야말로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지름길이
될지도 모른다.
한 국가내에서 다양한 문화가 존재할 뿐만아니라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다른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인정해야한다는 안목을 길러줄 것이다.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민주주의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순수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대중들이 보다 쉽게 문화예술에 접근할수 있게 하는 방안도 마련해 보자.
문화의 잠재력이 큰 우물에서만이 훌륭한 소설가 시인 음악가 화가들이
많이 나올수 있다.
바탕이 부족한데서 훌륭한 콘텐츠를 엮어낼수 없다.
위대한 작품 하나로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효과를
기하자는 이야기다.
그래야 문화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
문화 문화산업 관광 지역경제를 연계해 지자체의 문화정책을 수립하는
지혜도 짜내야 할 것 같다.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극장들이 자체공연사업을 비롯 고용창출 식당 관광
등을 통해 뉴욕시 경제에 연간 30억달러 이상의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음미해 볼 만하다.
우리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은 정권이 바뀔때마다 수시로 변해왔다.
정책우선순위에선 항상 뒷전에 밀렸다.
그나마 예산부족으로 공염불이 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첫 단추이기는 하지만 정부의 문화예산이 선진국 못지 않은 수준으로 올라간
만큼 문화정책의 방향을 다시 한번 조명해보고 부족한 것은 보완해 나가면서
효율적으로 예산을 배분하는 지혜를 짜내야 할 시기다.
이번 기회에 문화에 대한 학계 관계 산업계의 총체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
보면 어떨까.
1930년 영국의 예술평의회를 이끌었던 경제학자 케인즈의 강연 "우리손자들
의 경제적 가능성"을 상기하면서.
"우리는 결국 경제문제로 가정되는 여러가지 필요성 때문에 (문화예술과
같이)보다 크고 중요한 다른 문제들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
< s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