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을 눈 앞에 둔 지금, 지난 4백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국민국가
체제가 숨을 다해가고 있다.
광속도로 보급되는 인터넷이 체제의 목을 더욱 세게 누른다.
새 천년에 들어가면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우리 생활의 기본 패러다임으로
정착될 될 것이다.
"도구(Tool)의 글로벌화", "제도의 글로벌화"를 지나온 우리는 이제 사고
방식과 생활양식에서도 글로벌화를 강요받는다.
웹이 몰고온 국경없는 세상의 단면은 "스타크래프트"라는 인터넷 게임에서
찾아볼수 있다.
세계의 청소년들은 일명 "스타크"로 불리는 이 인터넷 게임을 통해 국가나
인종, 민족에 구애되지 않는 한 지구촌 가족이 돼가고 있다.
사이버 세계에서 honest@로 통하는 박창준씨.
그는 인터넷이 만들어낸 "스타크"의 영웅이다.
가상 세상에는 세계에서 가장 스타크를 잘 한다는 그와 한 게임하길 원하는
지구촌 청소년들이 줄서 있다.
인터넷이 이미 세계를 "한 마을"로 통합하고 있음을 웅변으로 보여 주고
있는 대목이다.
흔히 ⓝ으로 표기되는 N(네트워크) 세대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란 용어가
이미 생활의 일부분이 돼버렸다.
글로벌화의 사례는 지구촌이 준비하고 있는 밀레니엄 축제에서도 드러난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는 다가오는 새 천년을 기념하기 위한 축하 이벤트
를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정확히 천년전(999년)에도 비슷한 행사가 지구상의 많은 나라에서
기획됐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 답은 부정적이다.
혹시 교회신자라면 모를까 당시 사람들이 서력을 썼을리 만무하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밀레니엄 축제가 기획되고 있다는 것은 연도 셈 방식이
글로벌화됐다는 의미다.
미래학자들은 일찌감치 국경없는 세상의 도래를 예견해 왔다.
그들은 90년대에 벌어진 베를린의 동서통합과 월드와이드웹의 무차별적인
"침투"야말로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숨쉬는 증거라고 얘기한다.
사실 웹(Web)의 출현에 놀라지 않는 자가 없다.
미래의 역사학자는 틀림없이 "1990년대 웹 보급과 함께 인류사는 글로벌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술할 것이다.
웹은 시대를 구분하는 일종의 임계점(Critical Point)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웹의 등장만으로 세상이 글로벌화되고 있진 않다.
20세기는 "기술의 르네상스"를 보여 왔다.
비행기술 방송기술 통신기술분야에서 혁신적인 진전이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이같은 기술들은 모두 글로벌라이제이션의 도구들이다.
남극에 있건 북극에 있건 전화를 들어 통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는 도구의
글로벌화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기술혁신은 제도의 글로벌화도 촉진시켰다.
여기서 제도란 6법전서만이 아니라 그속에 투영돼 있는 문화, 사고체계까지
포괄한다.
이제 세상 사람들은 지적재산권은 지켜져야 한다는 사고를 공유하고 있으며
빵과 스파게티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제도의 통합은 지난 수백년동안 꾸준히 진행돼 왔습니다. 기업들은 제도
통합이 이익창출 기반을 확대시킨다고 여겨왔습니다. 만약 은행이나 신용장
제도가 정착되지 않았다면 직접 대면해서 장사를 해야 하지만 물건을 배에
실어보내도 되는 것은 "신용"을 담보하는 통합된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요시하라.62.일본 교토대 교수)
세계가 금세기에 일궈낸 가장 획기적인 제도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세계무역기구(WTO)다.
또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이란 용어는 제도의 글로벌화가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다는 얘기로 파악된다.
물론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이익창출을 향한 자본의 무한한 확장논리가 글로벌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교토대학의 사에키 교수는 "욕망과 자본주의"란 책속에서 "자본주의
운동은 합리적 설명의 근거를 찾을 수없는 맹목적인 자기팽창이며 그 이면에
인간들의 욕망이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글로벌화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생활을 보다 풍요롭고 다양하게
만든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미 그 혁명은 시작되고 있다.
도구와 제도의 글로벌화는 이제 질적으로 한단계 높은 차원으로 올라서
사람들의 생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 박재림 기자 tr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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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