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라는 말은 현대사회에서 객관적인 진리를 상징하는 말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기 주장에 과학적이라는 포장을 하려고 애를 쓴다.

마찬가지로 민간요법가들도 그들의 주장에 과학적이라는 후광을 씌우고
싶어한다.

일간지에 고정적인 건강칼럼을 갖고 있는 한 민간요법가는 양파의 효능을
강조하는 칼럼에서 양파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음을 강조하려고
실험내용을 소개했다.

실험은 1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양파의 혈전방지작용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10명의 학생을 3개의 그룹으로 나누어(4명 4명 2명) 아침9시에 각각 다른
것을 바른 샌드위치를 먹게 한 뒤 3시간 후인 12시에 혈액의 여러 측정치들을
쟀다.

그랬더니 양파를 먹은 사람들의 혈액이 가장 상태(특히 콜레스테롤)가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 위대하고 위대하도다"라고 양파를 찬양한다.

그러나 콜레스테롤이란 개인의 건강상태 신진대사 등에 따라 다르며
실험대상자가 실험 전날에 먹은 음식 운동량 등과도 관계가 있다.

다른 측정치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9시에 샌드위치를 먹이고 12시에 피검사를 한 결과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몇 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면 더욱 그렇다.

몇 명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실험결과를 놓고 "과학적인 규명"
"위대하도다"등으로 감격(?)하는 것은 대부분 독자들을 지독한 수문맹으로
여긴다는 느낌이 든다.

몇 사람의 편의표본을 사용하면 무엇이든지 증명할 수 있지만 그 증명은
과학하고는 거리가 먼, 별 의미가 없는 것일 뿐이다.

골초인 할아버지가 90세까지 장수하니까 담배는 몸에 좋다고 하며 감격한다
면 어떻게 생각할까.

양파의 효능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것이므로 차라리 양파의 효능을
설명한 의학고전을 인용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었을 것이다.

< 김진호 국방대학원 교수 gemkim@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