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장이 금리를 인상할 것인지 여부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관측은 최근 미국의 경제성장률(GDP)이 다소
둔화됐지만 근로자의 임금 상승폭이 커짐으로써 더 강해지고 있다.
도무지 분명하고도 확실한 언질을 주지 않는 그린스펀 의장의 모호한
발언 스타일을 보노라면 FRB의 금리조정 메커니즘은 일반인들로선 이해하기
힘든 미스터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금리는 대개 인플레이션과 종합 경제활동의 두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경제학자들은 이같은 경제 변수들에 따른 금리의 움직임을 종종 "테일러
법칙"(Taylor rule) 으로 설명한다.
6년전 이 이론을 발표한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 "존 B 테일러"의 이름을
딴 법칙이다.
수많은 학자들이 실제의 통화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또 바람직한 통화정책을
분석하기 위해 이 법칙에 대해 연구해왔다.
나는 최근 테일러 법칙을 변형하여 "그린스펀 시대"의 금리변동이 다음과
같은 3가지 요소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금리는 인플레이션(GDP 디플레이터의 변화)에 비례하고, 실질 GDP에
비례하며, 실업률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그린스펀 시대에 이뤄진 금리변화 추이와 내가 만든 금리변화모델을 비교해
보면 양자는 거의 일치한다.
지난 6월 연방기금(페더럴펀드,FF)금리는 연 4.75%로 내가 산출해 낸
예상치와 1%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가 난 것은 부분적으로는 지난 98년 단행된 금리 인하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98년말에 5%로 잡았던 금리 예상치를 강력한 경제로 인해
지난 6월에는 5.8%로 높게 잡았던 탓이다.
아마도 FRB는 여기서 벌어진 차이를 메우기 위해 지난 6월말에 금리를
올렸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어 7월의 금리 예상치를 5.7%로 잡았다.
이에따라 현재 실제 금리와의 간격은 0.7%포인트로 좁혀져 있다.
이 간격을 아예 없애기 위해선 FRB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린스펀 의장이 그동안 펼쳐온 통화정책을 보면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점을 쉽사리 예측할수 있다.
하지만 인상시기를 딱히 언제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FRB의 정책 목표는 "물가불안없는 안정성장"이므로 인플레율이 높아지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단지 경제가 튼튼하다는 이유만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현재 미국의 GDP 디플레이터는 연 1.5% 선으로 물가가 안정돼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높고 실업률이 낮기 때문에 당연히 인플레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타당하다면 FRB가 인플레 예방을 위해 미리 금리를 올리는 것은 올바른
조치다.
하지만 통계자료를 보면 이 논리는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높을수록 그리고 실업률이 낮을수록 인플레율이 심각한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은 신빙성이 없다.
따라서 그린스펀 의장은 자신의 공식을 바꿔 인플레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만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다.
요즘 최고의 번영을 누리고 있는 미국경제의 재미있는 일면은 미국국민들이
그린스펀 의장을 "경제적 삶의 모든 측면을 꿰뚫어 보고 있는 예언자"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그린스펀 의장은 통화정책 이외에 과학기술의 변화나 사회보장
제도 등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해결사 내지는 전문가로 비춰지고 있다.
그러나 그린스펀 의장은 물가안정이라는 목표에 제대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유능한 경제학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시 말해 간단한 금리법칙을 통해 물가안정이라는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좋은 여건에서 운좋게도 의장직을 맡고 있는 셈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첨단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세계 시장의 확대, 전세계적으로
낮은 인플레율 덕에 제대로 된 통화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미국경제는 지난 2년간 아시아경제위기 등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와중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여기에는 곤경에 처한 해외경제가 미국경제에 도움이 된 측면도 있다.
일본과 아시아 러시아의 경기침체로 국제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감소,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덕에 미국의 물가는 안정될 수 있었다.
또 해외경제불안에 따른 달러가치의 강세도 수입물가를 떨어뜨림으로써
미국의 인플레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 수 있었다.
얼마전 야구선수 로빈 연트는 최근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면서 전설적인
루 게릭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자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운좋은 사나이"라고
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도 세상에서 가장 운좋은 사람이다.
< 정리=고성연 국제부 기자 amazing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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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대표적인 보수성향 경제학자인 로버트 J 배로(Robert J Barro)
하버드대 경제학교수겸 후버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최근 비즈니스위크지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