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을 내려주는 토마토" "역병에 걸리지 않는 고추" "제초제에도 끄덕없는
벼"...

수원 농촌진흥청 온실과 시험농지에서 자라고 있는 "이상한" 작물들이다.

이들 식물은 겉으로 보기엔 보통 작물과 같지만 속을 보면 예사 작물이
아니다.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과학기술원의 생물자원부 소속 연구원들이 적어도 5년
이상 공을 들인 생명공학 기술의 결정체다.

이른바 유전자변형 작물(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이다.

유전자변형 작물이 가끔 말썽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다음 세기의 농업을 이끌
주역이다.

그래서 농업과학기술원 전체 연구원의 30%가 여기에 매달려 있기도 하다.

이곳에선 현재 벼 배추 양배추 담배 고추 토마토 들깨 오이 등 8개 작물에
변형된 유전자를 집어넣어 기능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박용환 생물자원부 생화학과장이 요즘 부쩍 신경을 쓰는 품종은 키가 50cm
정도 자란 "제초제 저항성 벼"다.

일반 벼와 함께 심어 놓고 제초제를 뿌렸는 데 보통 벼는 누렇게 시들었지만
유전자 변형 벼는 싱싱한 그대로다.

제초제에도 저항력을 가진 이 벼는 실제 논과 똑같이 만들어 놓은 시험논
5백평에서도 자라고 있다.

박 과장은 "제초제 저항성 벼의 안전성과 생산성이 입증되면 생산비의 30%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생물자원부 김동헌 박사는 "역병 저항성 고추"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역병은 장마 뒤에 번져 고추를 온통 말라죽게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이 병에 끄떡없는 고추를 만들어내는 게 김 박사의 임무다.

김 박사는 병원균 방어기능이 뛰어난 리보좀불활성 단백질(RIP)을 옥수수
등에서 분리, 고추에 집어넣어 형질을 전환시켰다.

이렇게 형질전환된 고추 4백22그루를 확보해 후대 고추에 기능을 그대로
물려주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김 박사는 "현재 농진청 시험논에서 자라고 있는 이 고추를 앞으로 경북
영양의 고추시험장에서 야외 적응시험을 거쳐 우수한 품종을 개발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인체를 건강하게 하는 성분을 함유한 작물 개발도 활발하다.

"오메가-3 지방산 강화 들깨"와 "혈압상승 억제 토마토"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작물 개발기술은 이미 국내와 국제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다.

"오메가-3 지방산"은 두뇌발달과 항암 효과 등을 지닌 불포화지방산이다.

연구원들은 들깨에 소량으로 들어있는 이 지방산의 함량을 2배이상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초엔 경남 밀양의 영남농업시험장 연구요원들과 함께 현지 적응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혈압상승 억제 토마토"는 이미 지난 97년 개발돼 현재 후대 계통을 선발
하는 단계에 와 있다.

이 토마토에는 혈압상승을 억제하는 기능성 단백질인 펩타이드 성분이 대량
으로 들어있다.

이런 첨단 작물은 곧바로 "돈"으로 연결된다.

생산비를 줄이거나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게 된다.

건강식품을 만들면 부가가치가 엄청나 진다.

이 때문에 미국 일본등 선진국들은 첨단작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미 50여개의 GMO를 개발해 상품화해 놓고 있다.

이중 제초제에 강한 콩과 저장성이 강한 토마토, 해충에 강한 옥수수 등은
해외에 수출도 하고 있다.

김태산 연구관은 "유전자변형 작물이 생태계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없지만은
않다"면서 "그러나 안전성과 성능이 입증된 작물로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는
TV나 자동차를 만드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강창동 기자 cd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