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선택론과 헌법경제학(Constitutional Economics)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시한 탁월한 공로로 198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그리고
현재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뷰캐넌(James M
Buchanan ;1919~)은 애초부터 전통적인 후생경제학과 재정학에 대한 방법론적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전통적인 후생경제학은 국가를 초개인적 실체, 공공이익을 실현하는 도덕적
실체로 파악한다.

이러한 국가관을 가진 후생경제학자들은 경제나 정부가 달성해야 할 목적
(공공이익)을 정의하고,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국가에 공급하는
것을 자신의 과제로 여기고 있다.

또 경제를 관찰할 때에는 이기적인 개인을 중심으로 하여 관찰한다.

그리고 정부를 도덕적 이타적 실체로, 시장 참여자들을 부도덕한 존재로
취급한다.

그리고 이들의 상호작용과정에서 생겨나는 사회적 결과를 후생경제학자가
정의한 초개인적 공공이익에 비추어 판단한다.

뷰캐넌은 국가와 경제에 대한 이와 같은 비대칭적인 시각을 비판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선택은 개인만이 할 수 있을 뿐 초개인적인 집단적 실체란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와 국가는 각각 나름대로 복잡한 행동규칙 또는 제도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 제도들의 틀 내에서 행동하고 선택하는 것은 개인들뿐이다.

이러한 생각에 따라 그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경제학적 분석을 비시장
영역, 혹은 집단적, 특히 정치적 의사결정 영역으로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확대했던 것이다.

이로써 그는 초개인적인 도덕적 실체로서의 국가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
정치과정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했던 것이다(공공선택론).

그리고 그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경제학적 분석을 또 다른 영역으로 까지
확대시켰다.

60년대에는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의 기초가 되는 각종 복잡한 제도들과
행동규칙들을, 70년부터는 시장경제의 기초가 되는 법적 제도들까지도
분석했다.

그리고 80년대 이후부터는 인간 사회의 기초가 되는 법적 제도를 포함한
모든 행동규칙(이들을 헌법이라고 부른다)의 연구로까지 확대했다.

헌법경제학의 묘미는 시장관계를 지배하는 계약을 통한 교환 원리, 즉 합의
원리를 헌법의 생성과 변동에 관한 설명에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좋은 헌법이란 전통적인 후생경제학이 전제하는 것처럼 초개인적인
집단적 가치(사회적 후생 배분적 효율성)를 구현하는 헌법이 아니다.

그에게는 개인을 떠나서는 어떠한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좋은 헌법이란 사회구성원들의 동의(합의)를 얻은 헌법이다.

이 동의원칙의 궁극적인 취지는 인류의 자유와 번영, 그리고 평화를 실현
하는데 있다.

그리고 뷰캐넌은 후생경제학자를 사회공학자라고 비판하면서 헌법경제학자를
제도적 조언가라고 말하고 있다.

사회구성원들이 각자 자신들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헌법적
제도개혁의 방향을 알려 주는 역할이다.

오늘날 민주주의, 그리고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 그리고 전통적인 후생경제학이 지배하고 있는 우리 경제학계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뷰캐넌의 공공선택론과 헌법경제학은 우리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 민경국 강원대학교 경제무역학부 교수 kkmin@cc.kangwon.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