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헬삼 <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 >

한국 생활을 하면서 한국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한국의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다.

반복되는 대답을 하느라 난감할 때가 적지 않다.

왜 한국인들이 그 질문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많은 한국인들이 한결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 신기하다.

그렇게 물어올 때마다 나의 답변은 이렇다.

"사람은 다같은 사람이다, 열린 마음으로 이국문화를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그것이 나의 소신이다.

나는 "다국적"으로 살아왔다.

호주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인 아내와 결혼했고 직장인 볼보는 스웨덴 회사다.

그리고 미국에서 일할 때는 볼보와 일본 히타치간의 합작사업도 경험했다.

그 당시 필자는 동양적인 것에 대해 빠져들었다.

어느 모로 보나 나는 다국적의 표본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어느 국가에서든 살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고 자부한다.

다른 문화에 대해 별다른 저항감 없이 말이다.

따지고 보면 어느 나라를 가든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한 것 같다.

그 나라의 고유성과 특수성을 인정해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다.

문화적 차이에 집착해서는 한계에 부닥친다.

한국도 세계화를 국정지표로 내세웠지만 여태 문화적 차이를 운위한다면
진정한 세계화의 길은 어려울 것이다.

한국인들의 내면에는 아직 이국적인 것에 대한 폐쇄성이 잠재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남의 것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없다면,사통팔달 열린 시대에 문화적 차이
타령만 한다면,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에서도 외국 기업들의 활동이 보편화되고 있다.

한국인들도 이제는 외국인들을 "낯선" 사람이 아닌 글로벌 시대의 동반자로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

어쨌든 당분간은 한국인들로부터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단골
질문을 받을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