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일부 점포에서 로스리더 상품(고객유인을 위해 밑지고 파는
상품)을 없애고 저가 판매대를 줄이는 등 혁신적 고급화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로스리더 상품은 고객유치경쟁이 치열한 백화점업계에선 필수적 무기로
여겨져 온 상태라경쟁업체들은 현대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은 최근 지하 식품매장에서 로스리더 상품을 철수시켰다.

천호점은 지난해까지 한정판매 타임서비스 등의 명목으로 일부 공산품과
가공식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할인판매했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일부 판촉행사를 제외하곤 일절 가격할인과 파격판매
등의 행사를 자제하고 있다.

천호점 관계자는 로스리더를 없앤 결과 혼잡스럽던 매장이 쾌적해졌고
<>떠돌이 고객보다는 구매력이 높은 단골고객이 늘어나고 <>가격보다 품질
위주의 쇼핑행태가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객들이 1인당 물건을 구입할 때 지불하는 비용인 객단가가 지난해의
평균1만8천원에서 올해 5월에는 2만원을 크게 넘어서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병규 현대백화점 사장은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은 로스리더를 원래
도입하지 않았다"며 "지역상권 특성에 맞춰 염가판매를 실시하던 다른 점포
들도 차츰 로스리더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현대는 이와 함께 모든 점포의 엘리베이터나 통로 주변의 행사매대를 대폭
줄였다.

각종 할인판매로 복잡스럽던 매대를 없애 고객들이 편안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대신 빈공간엔 안락의자를 놓았으며 화장실에도 넓직한 휴식공간을
마련하는 등 매장 고급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쟁업체의 한 관계자는 "로스리더를 없애는 것은 매장
고급화 차원에서 이해가 가나 경쟁이 치열한 상권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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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로스리더(loss leader)란 특히 주부고객들을 겨냥해 손해를 감수하고 싸게
파는 상품들을 말한다.

백화점에서 쇼핑할 때 먹거리까지 함께 사는 한국 주부들의 쇼핑특성에
맞춰 식용유, 라면, 통조림, 우유 등의 가공식품과 세제, 치약 등 생활용품이
많이 나온다.

주부들의 구매빈도 수가 높은 상품은밑지고 팔더라도 결국 의류, 잡화 등
다른 매장에서 매출을 올려줄 것을 기대하는 계산이 깔려 있다.

로스리더는 그러나 고객몰이와 백화점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는 크지만 지나친
염가판매로 백화점의 고급화와 수익제고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