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업체들이 한라에 대해 투자를 하지 않는데다 채무변제 시한이 임박,
국내업체인수가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라그룹 계열사인 한라중공업은 외자유치에 실패,
사실상 국내기업 인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빠졌다.
한라중공업은 30여명 임원 전원이 경영정상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으며 인원조정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라중공업의 인수기업으로는 현대중공업이 유력시되고 있다.
대우중공업의 경우 대우조선 자체가 지분매각 등 외자유치에 급한 실정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건설중장비 부문을 볼보에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한지 얼마되지 않아 새삼스레 한라중공업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자재대금 등으로 한라중공업에 1천2백억원대의 미수금이
물려있고 그룹차원에서도 현대가 한라에 물린 돈이 5천억~6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돈을 별로 들이지 않고도 인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조선소 건설에 1조2천여억원이 투입된 세계 10위권내의 한라중공업을
인수할 기업은 현대중공업 밖에 없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관측이다.
한라는 오는 6월까지 7천5백억원의 채무를 변제하는 조건으로 법정관리시한
을 연장받았기 때문에 외자유치에 실패하면 청산된다.
정부는 종업원 6천여명에 달하고 협력업체 1천4백여개를 거느리고 있는
영암의 삼호조선소가 무너질 경우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판단,
조선소가 속히 매각되기를 바라고 있다.
산업자원부측은 "현대가 한라중공업을 인수하면 현대도 동반부실화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측은 "한라중공업을 인수할 만한 곳은 현대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하고 있다.
현대도 그룹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약속했는데 이를 인수했을 경우 부채비율
등을 감당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라는 로스차일드로부터 브리지론을 도입, 영암의 삼호조선소를 가동하면서
외자를 유치하려 했으나 관심을 보였던 외국업체들이 조선시황이 불투명
해지자 관망세로 돌아섰다.
이에따라 조선부문에 대한 로스차일드의 브리지론 도입도 어려워졌다.
브리지론은 M&A(기업인수합병)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중장비나 플랜트 쪽도 합작선을 찾기가 여의치 않은 형편이라고 밝혔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