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헬샴 <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 >

요즘 우리 회사 내에서 일고 있는 조용한 혁명은 언어 학습이다.

그 이유는 우리 회사가 한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어울려 꾸려가는 "다국적"
회사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여타의 외국회사들과 다른점은 한국인 직원들이 외국인 경영진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외국인 경영진도
한국어 배우기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초보단계이지만 우리 회사의 외국인들은 한국 직원들과 똑같이 일주일에
두번씩 사무실에 모여 "외국어"인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외국회사로 바뀐 후 직원들이 날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언어의 의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직원들이 영어로 경영진과 대화의 다리를 놓으려는 노력 못지않게
외국인 경영진도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장인 나부터 한국인 직원들과 최소한이나마 한국어 대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어를 통하지 않고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없고 그러면 볼보건설기계의
한국화 작업도 불가능할 것임은 자명하다.

한국어는 한국에서 경영을 하기위한 기본 도구다.

그 나라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업을 한다면 겉으로는 몰라도 내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볼보는 외교 공관이 아니라 사업을 하는 회사다.

한국인 직원들과 한 덩어리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언어의 공통분모를 가져야 힘을 모을 수 있다.

나의 한국어실력은 아직 "가나다라"를 배우는 왕초보 수준이지만 임금이
창제했다는 한글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크다.

발음과 자모 구성이 복잡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열심히 하면 머지않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런 만큼 직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올라갈 것이다.

내가 먼저 한국어로 직원들을 안심시킬 만큼 나의 한국어 실력이 향상된다면
우리 회사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게 틀림없다.

올가을쯤, 한국어 학습에서 작은 수확을 거두는 것이 나의 소박한 소망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