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농구를 보면 외래 용병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조그만 토종선수들을 제치고 골밑을 휘저으며 승패를 좌우한다.

지금 한반도의 자연생태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한복판인 용산 시민공원에서 미국산 육식성 붉은가재가 설치는가 하면
최근에는 일본에서 상륙한 솔잎혹파리가 휴전선을 넘어 금강산일대에까지
창궐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우리 정부가 북한측에 남북한 공동으로 방제작업을 벌이자고
제의할 정도로 솔잎혹파리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외래종은 대부분 "독종"이다.

천적이 없는데다 물 공기 등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을 정도의
외래종이면 토종보다 훨씬 강한 생존력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그만큼 이들 외래종이 끼치는 피해도 크고 박멸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외래용병선수들이 우리나라 프로농구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데
적지않게 기여한 것처럼 외래동식물들이 자연환경에 반드시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코스모스같이 우리 강산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외래식물이 있는가 하면
젖소나 향어처럼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하고 있는 외래동물도 얼마든지 있다.

외래종은 모든 나라의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로 부각되기도
한다.

<> 외래 동식물의 각축장 한반도 =외래동식물은 하늘 땅 강 등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출몰한다.

국립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어류와 양서류 2백23종, 식물 2백25종의 외래종이
국내에 들어와 있다.

여기에는 거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집계를 하지 않고 있는 가축류
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외래종의 유입경로는 다양하지만 크게 의도적 유입과 비의도적 유입 두가지
로 갈린다.

무지개송어나 향어처럼 의도으로 도입된 외래종은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 황소개구리처럼 의도적으로 들여왔다가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해 큰 피해를 내는 경우도 있다.

용산시민공원에서 발견된 미국산 붉은가재는 한 미군이 자기 고향에서
자라던 것을 애완용으로 들여와 확산된 경우다.

비의도적으로 유입된 외래종은 솔나방 흰불나방 솔잎혹파리같은 병해충이나
식물들이 대부분이다.

병해충은 주로 원목이나 여행객을 통해 들어온다.

그래서 최초 발견지점이 항구인 경우가 많다.

벼멸구처럼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오기 때문에 막을 재간이 없는
경우도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추세와 함께 사람과 물자의 국제간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환경단체들이 외래동식물의 비의도적인 유입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외래동식물의 대표적인 피해사례 =외래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
토착종의 생존을 위협, 기존의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점이다.

심한 경우에는 외래종 때문에 토착종이 전멸당하는 경우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른바 생물학적 종의 다양성을 훼손한다는 부분이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황소개구리.

황소개구리는 지난 73년 식용에 사용할 목적으로 일본에서 의도적으로
도입됐다.

식량증산을 외치던 정부의 지도아래 전국 28개 저수지에 분양까지 됐다.

하지만 황소개구리는 식용으로 이용되기는 커녕 사료만 축내는 골치거리로
전락했다.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하천으로 방류됐고 전국적 골치거리가 됐다.

황소개구리는 하천오염으로 가뜩이나 줄어든 희귀어종과 게 곤충들을 마구
잡아먹는다.

심지어 토종개구리는 물론 뱀까지 잡아먹어 토착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점프력이 1m나 되고 민첩해 유일한 천적인 사람도 여간해서 잡기 힘들
정도다.

82년에 팔당호에 방류된 블루길과 배스도 황소개구리와 비슷한 사례다.

식량증산차원에서 들여왔지만 인간을 제외하고는 천적이 없는 상태에서
토종을 마구 잡아먹고 있다.

정부가 87년부터 90년까지 한강의 생태계를 조한 결과 처음 46종이었던
토종 물고기가 90년에는 절반도 안되는 21종으로 줄었다.

블루길과 배스의 파괴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솔잎혹파리는 지난 1920년대 말 일본에서 유입된 뒤 70년대말부터 전국으로
확산, 소나무숲을 황폐하게 만든 주범.

산림청은 이 솔잎혹파리를 없애기 위해 65년부터 1천5백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좀처럼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올해 환경부에 의해 새로 위해동식물로 지정된 돼지풀과 단풍잎돼지
풀은 꽃가루를 통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며 사람에게 직접 피해를 끼치는
외래종이다.

<> 도움주는 외래 동식물 =피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부각되는 것뿐이지
사실 외래종에 의한 피해는 우리가 얻는 이득에 비하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농업의 기초는 외래 채소와 동물을 기르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외래종이 국내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의 주식인 벼부터가 인도에서 도입된 것이다.

고추는 임진왜란당시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외래종이고 매일같이 식탁에
오르내리는 파 양파 감자 당근등 주요 채소의 고향도 모두 외국이다.

젖소는 말할 것도 없고 돼지 닭 등 가축, 예쁜 애완용 강아지도 의도적으로
들여온 외래종들이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