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즈는 물론이고 디자인도 확 바꿔줍니다"
서울 이화여대앞에서 수선집 "LEE"를 운영하는 이현숙(45)씨는 수선에 관한
한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알리고 싶은 것도 많다.
또 시도하고 싶은 아이디어도 풍부하고 자신감과 열정도 누구 못지 않다.
이씨는 자신이 업으로 삼고 있는 수선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수선이라고 하면 보통 바짓단이나 소매 길이 따위를 줄이고 떨어진 부분을
꿰매주는 것쯤으로 생각하죠. 물론 그것도 수선이지만 제가 하는 일은 차원이
다릅니다. 빌로드 한복을 코트로, 치마를 조끼로, 박스형 재킷을 싱글로.
이쯤 되면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거죠"
수선은 이처럼 단순작업이 아니라 독창적인 창작의 영역이라는 것이 그의
수선철학이다.
이씨는 자신을 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LEE를 시작하기 전에 의상실을
경영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그는 수선할 때 항상 유행을 앞서 생각하고 손님의
체형과 나이를 고려해 옷을 고쳐준다.
요즘 경제 사정이 안 좋다고 해서 재봉틀 한대 놓고 부업으로 수선집을
차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씨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그저 재봉틀을 다룰 줄 안다는 이유만으로 시작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선은 옷에 관한 노련한 안목은 기본이고 숙련된 기능과 감각을 갖춘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씨는 IMF시대라고 해서 수선집 경기가 좋아진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수선집의 주고객은 알뜰한 중산층인데 경제 한파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에 주문이 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수선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선배의 조언 때문이었다.
미국에 이민 간 선배가 세탁소를 경영하면서 수선도 겸하게 됐는데 수선이
의상실 못지 않게 보람있고 전망있는 일이라며 권유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이씨는 선배의 조언에 따라 3년전 이대앞에서 수선집을 열었다.
어느 미장원에서 창고로 쓰던 작고 허름한 방을 얻어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중고 재봉틀을 들여놓았다.
창업비용이라곤 임대료 2천여만원이 고작이었고 따로 홍보도 하지 않았다.
처음엔 주문이 거의 없었지만 잘 고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외지고 좁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지금은 월 순수익이 3백여만원에 이른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잘 고쳤다 싶을 때, 못 입을 옷을 멋진 새옷으로
만들었을 때 가장 행복해요"
그는 자신처럼 옷을 좋아하는 주부가 있으면 수선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02)365-0619
< 서명림 기자 mr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