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대통령이 8일 부산 자갈치시장 방문과 민주산악회 회원들과의
오찬을 끝으로 퇴임후 첫 지방나들이를 마쳤다.

김 전대통령은 이번 부산.경남지방 방문 기간내내 김대중 정부에 대해 세찬
비난을 퍼부어 향후 행보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대통령은 이날도 김 대통령을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보복하기
위한 대통령이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독재자" 등 원색적인 용어를
써가며 김 대통령을 비난했다.

또 "민주화의 성지인 부산 시민들은 독재를 하는 김대중 정부에 대해 단호
하게 우리의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김 전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김 전대통령의 정치재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 전 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은 8일 "마침내 깃발이 오르고 진군나팔을
울렸다"면서 "선전포고가 이뤄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나라당은 주류측은 김 전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으나 정치를 재개했다는 사실에 대해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민회의 측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이에따라 일각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부산.경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신당창당을 준비중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광일 전 청와대비서실장이 24일께 부산역 부근에 사무소를 낼 예정
이고 문정수 전 부산시장도 총선에 나설 채비를 하는 등 민주계 인사들이
정치활동을 준비중이라는 사실이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날 자갈치 시장 방문에는 신상우 국회 부의장을 비롯 한나라당 박관용
부총재와 김진재, 김형오, 박종웅, 김도언, 김무성, 정의화, 정문화 의원 및
무소속 한이헌 의원 등 부산출신 의원 10명이 동행해 향후 김 전대통령의
정치행보에 함께 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치권에는 이밖에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한나라당에
관여해 2000년 총선 과정에서 기반을 다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전직대통령으로서 새로 당을 만들어 직접 정치에 관여하기에는 여론의 비판
등 제약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김 전대통령의 정치재개에 대해 정치권과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물론 부산.경남의 여론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신당창당 따위에 대해서는 안중에
도 없다"면서 "그러나 나라가 잘되고 정치를 잘되게 하기 위한 발언은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구체적 정치행위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