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랐다.
퇴직자의 대량 양산, 임대료 인하, 시중금리의 하락 등 사회적 요인과
외국인 부동산투자 자유화, 규제 완화 등 부동산 시장의 환경변화로 "뜬
상품과 진 상품"이 생겨난 것.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서 개념조차 낯선 "부동산매니지먼트" 산업이
이머징마켓으로 각광받는가 하면 명퇴자들이 대거 창업대열에 들어서면서
"소호(SOHO-Small Office Home Office)"가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임대시장에서의 "전세시대"가 막을 내려가고 그 자리를 선진국과 같이
"월세시대"가 채워가는 추세다.
IMF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심한 침체중에 새로운 변화와 그 변화에 적응
하기 위한 도전에서 성공한 "이머징 상품"들을 알아본다.
<> 분양권 =IMF이후 최고의 부동산 상품은 아파트 분양권이다.
정부의 분양권 매매허용은 신규 분양주택, 조합주택을 막론하고 주택경기를
폭발적으로 진작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분양권이 최근의 주택경기를 견인했다는데는 어떤 전문가들도 토를 달지
않는다.
분양권이 인기를 끈 것은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구미에 꼭 맞는 상품
이어서다.
부동산투자의 가장 큰 핸디캡은 더딘 환금성.
아파트만해도 분양권 전매금지는 물론 재당첨금지규정 등으로 한번 투자
했다가는 수익을 내는데 보통 3~4년씩 걸린다.
그러나 분양권은 적은 돈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환금성이 빠르다.
맘에 드는 아파트의 동.호수를 골라 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청약통장이 필요없고 자신의 자금사정 스케줄에 맞춰 아파트를 고를 수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아 계약만 하면 분양권을 언제라도 웃돈을 얹어 팔 수 있는
상품이다.
게다가 매매절차가 단순해 내집마련과 재산증식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인 셈이다.
<> 경매.공매 =부동산의 거래에는 나름대로 징크스가 많이 작용한다.
흠이 있는 물건은 물론 집주인이 교통사고 부도 등으로 잘못되어 나간 경우
집값이 나가지 않았던게 얼마전까지 부동산을 보는 시각이었다.
그러나 IMF이후 부동산의 현재 가치보다 부동산의 수익성이 중시되면서
경매와 공매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쏠리기 시작했다.
아파트 경매물건의 경우 지난 96년 70~75%에 불과했던 평균 낙찰률이 IMF
이후 80%로 껑충 높아졌으며, 최근에는 90%를 상회하고 있다.
경매 등으로 싼 값에 주택 등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해 주택경기가 불황의 늪에서 허덕일 당시 부동산가에서는 "주택경기는
경매에 달려 있다"라는 말이 돌았었다.
경매 등으로 내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 열기가 수그러들지
않는 한 신규 주택경기는 살아나기 힘들다는 의미였다.
이와함께 "팔지 않으면 죽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경매 등을 통해 싼
값에라도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대열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따라 주택을 제외한 상가주택 건물 공장등 일반 물건의 경우 작년
8~9월 법원에 신청한 물건이 이제서야 경매에 부쳐지는 실정이다.
<> 월세와 임대주택사업 =일반인들의 구매력 감소와 시중금리의 하락은
전세가 주류를 이뤘던 우리 시장에 월세수요를 양산시켰다.
정확한 수익성을 바탕으로한 선진국 방식의 "월세리스"가 부동산 임대시장
의 떠오르는 상품으로 인기를 누리는 것이다.
소형상가의 경우 일세까지 등장하는 실정.
시중금리가 한자릿수로 떨어짐에 따라 임대이자가 월 2부(연 24%)에서
1.5부 안팎(연 16~18%)까지 떨어지면서 시장이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월세선호 현상이 가장 뚜렷한 곳은 원룸 다가구 다세대 주택시장.
서울의 신촌 홍대입구 논현동 역삼동 신사동 등 원룸 밀집 지역에선 월세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
원룸 전문업체인 백년주택의 경우 월세물건이 전체 6백가구중 1백50여가구로
지난 1년새 4배이상 늘었다.
아파트시장에서도 소형을 중심으로 월세체제가 보편화되고 있다.
소형아파트 밀집지역인 서울 강북의 상계동 방학동 창동과 강남 개포동에선
월세아파트가 3배이상 늘고 물건을 내놓기가 무섭게 소화될 만큼 호황을
보이고 있다.
소형 상가와 사무실에서도 월세가 위력을 발휘하기는 마찬가지.
경기침체로 세가 잘 안나가자 임대방식이 보증금을 줄이거나 없애는 대신
매달 일정금액을 받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
부동산시장에 월세바람이 불면서 임대주택사업도 유망 투자대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주택임대사업자(건설임대사업자 제외)는 지난 94년 29명에서 올 1월말 현재
전국 4천5백3명으로 급증했다.
<> 부동산매니지먼트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투자 자유화조치는 부동산
매니지먼트라는 신종 업종을 우리 시장에 도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외국 투자자들은 부동산에 관한한 전문가 집단인 부동산매니지먼트사를
통해 매입, 부동산을 계약.임대하는 등 모든 행위를 이들에게 맡기는게
관례.
그동안 국내에 변변한 부동산매니지먼트 회사가 없는 것도 외국인들이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원인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부동산매니지먼트는 말그대로 업무용빌딩을 비롯 아파트 호텔 병원 레저
시설 공장 창고 등 각종 부동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해 주는 사업.
시설관리는 물론 임대차유치 매매 파이낸싱까지 빌딩경영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대행해 준다.
현재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시장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대교그룹(하얀마음) 신라호텔 신영건업 등.
한국감정원과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미주하우징도 시장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메트로베스트 등 외국 업체들도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신영의 정춘보 사장은 "앞으로 빌딩등 부동산이 수익성 위주로 운영되면
부동산 매니지먼트의 사업전망은 대단히 밝다"고 말한다.
<> 소호(SOHO) =IMF는 부동산 상품의 체형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이른바 "불황기에는 작은 것이 강하다"는 말을 증명이나 하듯이 규모의
임대료 수준을 "초슬림화"한 상품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그 대표적인 상품이 "소호(SOHO)"다.
지난해 직장을 나온 명퇴자 등이 실업생활을 청산하고 소자본 창업대열에
동참하면서 이른바 "소호"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신촌 건대입구 등 대학가의 경우 일세점포는 물론 소형상가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보증금이나 권리금 없이도 영업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또한 얼어붙은 사무실 임대경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빌딩주들의 고육책
이기도 하다.
요즘 나오는 월세사무실은 보통 평당 3만~5만원의 월임대료를 낸다.
또 보증금을 내지 않는 대신 입주할때 2~3개월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야
하는 사무실도 많다.
< 방형국 기자 bigja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