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단기 금리차 왜 자꾸 커지나 ]

신금덕 < 외환은행 경제연 / 박사 >

최근 단기 시장대표금리인 금융기관간 하루짜리 콜금리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반면 장기 시장대표금리인 회사채금리는 오히려 완만하게 상승세를 유지
하고 있다.

이에따라 장/단기 금리간의 격차(스프레드)는 거의 4%포인트 가까이 확대
되었다.

물론 정상적인 금융시장에서는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금리의
장고단저 현상이 일반적이다.

장기는 단기보다 유동성이 떨어지고 투자기간중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존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에 한국은행이 긴축통화정책을 실시할 것이라는 우려가 금융
시장에 충격을 가할 때마다 금리의 단고장저 현상을 경험한 적이 많다.

문제는 99년 2월 중순 이후 단기금리의 하락이 장기금리의 하락을 선도하는
통상적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단기금리는 오히려 서로 역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스프레드가 과도하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연 6.65%로 마감한 콜금리는 지난 18일 현재 5.01%를 기록,
1.6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회사채금리는 같은 기간중 연 8%에서 8.72%로 0.72%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면 왜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가?

회사채 보유에 대한 규제를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즉 금리가 바닥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회사채 보유
규제로 유동성이 떨어지는 비우량 회사채의 거래비중이 높아져 금융기관의
회사채에 대한 투자수요가 크게 위축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주요한 원인은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시장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한국은행을 비롯한 대부분 국내 경제연구소와 IMF를 비롯한 국제
금융기관들은 99년 한국의 경기회복을 낙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4%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서도 생산 및 소비와 관련된
지표들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고조되었다.

시장참가자들은 이같이 향후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 통화당국이 통화정책을
현재의 신축기조에서 긴축으로 전환할 것이고, 그 결과 시장금리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시장금리의 상승(채권가격의 하락)으로 투자손실의 발생을
우려한 시장참가자들이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기피함에 따라 회사채수익률이
상승해 장단기 금리간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그에 대한 해답은 시장참가자들의 시장금리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변화할
것인지 여부와 회사채 보유규제가 수정.보완될지 여부에 달려 있다.

둘중에서 하나만이라도 긍정적으로 변하게 되면 회사채수익률은 하락할
것이고, 그 결과 스프레드도 축소될 것이다.

물론 시장참가자들에게 금리상승에 대한 기대를 버리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럴 성질의 것도 아니다.

따라서 시장참가자들의 심리변화를 통해 회사채수익률이 단기간내에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지금은 금융시장 참가자들도 금리상승의 기대감에 대한 통상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은 여건이 많이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금년중에 경기회복이 가시화 될지라도 물가상승압력은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적으로 공급은 과잉인 반면, 수요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장은 인플레이션이 위협적인 경우에만 문제가 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다면 우리 경제가 아무리 빠르게 회복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정부의 통화긴축정책도 실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경기회복을 빌미로 금리상승을 미리 예상한다는 것은
구시대의 발상에 가깝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정부당국은 경기가 빠르게 회복세로 반전된다 할지라도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시장참여자들에게
심어줘 그들로 하여금 시장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바꾸도록 한다면
스프레드 확대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단기간에 스프레드를 축소시킬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정부
당국의 회사채보유에 대한 규제를 수정.보완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현재 신용리스크가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회사채수익률이 하락하여 장.단기금리의 스프레드가 신속히
축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

결국 장.단기 금리간의 스프레드 축소 문제는 정부의 정책의지에 달려 있다.

어떤 정책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스프레드는 단기간에 축소될 수도 있고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 kebrsch@chollian.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