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처럼 작용한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지난 97년 일본 학자들이 NHK 방송에 출연해 이같은 말을 처음 사용했다.
그러나 이 말은 화학물질을 호르몬과 혼동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에서는 "내분비계장애물질" 또는 "내분비계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
로 불린다.
현재 국제적으로 내분비계장애물질로 명확히 확인된 물질은 없다.
다만 몇몇 물질들이 내분비계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만큼 내분비계장애물질의 실체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각국별로 추정물질도 다르다.
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내분비계장애물질의 위해성을 지적하기 시작한
세계야생보호기금(WWF)은 자연에 노출된 내분비계장애물질의 종류를 67종
으로 선정했다.
일본 환경청은 67종, 미국 일리노이 환경청에서는 73종을 선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통물질이 많은 세계야생보호기금 67종을 우선연구대상
으로 선정해 관련 연구를 추진중이다.
식품 첨가물, 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일본 국립의약품식품위생연구소에서
정한 1백42종을 참고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내분비계장애물질로 추정한 67종은 농약(41종), 산업용화학물질
(17종), 부생성물 또는 대사물(9종)이다.
이 가운데 DDT가 대표적이다.
이 물질은 지난 40년대부터 살충제로 사용된 물질이지만 독성이 강함으로
인해 70년대에 사용이 금지됐다.
우리나라에서는 91년이후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산업용 화학물질인 폴리염화비닐(PCB)도 널리 알려진 내분비계장애물질.
PCB는 전기나 열의 전달을 막는 절연유의 원료로 변압기나 콘덴서 등 많은
분야에 이용된다.
산업폐수에서 많이 검출되며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낙동강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인식되는 물질이다.
계면활성제로 사용되는 페놀류나 선박의 도료로 사용되는 트리부틸주석
(TBT)도 내분비계장애물질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정한 67종의 추정물질중 16종은 우리나라에서 제조.수입.사용
사례가 없는 물질이며 42종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 관련법에 의해 사용
금지되거나 취급제한 등으로 규제되고 있다.
그러나 음료수캔 코팅제인 비스페놀A및 플래스틱가소제인 프탈레이트류
등 9종은 다량 사용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