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지역 국민연금 적용시기를 둘러싼 당정간의 극심한 견해차로 정작
국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여당에서 국민연금 시행을 연기해야한다고 주장할때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지사나 동사무소등에는 진위여부등을 확인하는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이여파로 소득신고 건수가 급감하는등 당정간의 불협화음이 전국민연금제도
조기 정착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2일 오전 부산시 사하구 A동사무소.

출근하자마자 변모씨(35.9급)은 지역주민의 전화를 받았다.

"국민회의 조세형대행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국민연금확대실시를 1년이상
늦추자고 보고했다는데 어떻게 되는 겁니까"

변씨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들도 잘 모릅니다"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조차 까마득히 이사실을 몰랐던 만큼 변씨가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전화를 끊자마자 다른 전화벨이 울렸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일하기위해 공공근로요원신청서를 냈습니다. 과연
일할수 있나요"

변씨는 "잘 되겠지요"라며 얼버무렸다.

변씨는 공단지사에서 파견나온 최모씨(32)에게 한마디 건냈다.

"툭하면 연기설이 나도니 국민연금 소득신고사업이 잘될수 있겠어요?
당신도 짐을 꾸리고 가야되지 않나요?"

같은 시간 국민연금관리공단 서울 영등포지사.

직원들마다 항의전화를 받느라 땀을 흘렸다.

대체로 공단직원의 설득으로 소득을 신고했는데 이마당에 연기한다면
신고한 사람만 손해라는 불만이 많았다.

용산동작구지사 관계자는 "동장님들로부터 꾸중을 들었다"며 "신고율을
높이기위해 통장들을 재교육하려고 계획까지 잡았는데 집권여당에서 재를
뿌리고 있다는 것이었죠"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 연금제도과도 시달리기는 마찬가지.

한 동사무소 직원은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쳐야 합니까.

툭하면 연기보도가 나오니 무슨 재주로 국민연금에 소득신고하라고
권유하겠습니까"고 항의했다.

통장들의 반응도 냉소적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통장일을 맡고 있는 최모씨(40.여)는 "12일 고위당정정책
조정회의에서 예정대로 실시한다고 발표했지만 믿을수 있습니까"며 "신고서를
접수한뒤 만약 연기되면 주민들로부터 욕만 먹을텐데 누가 뛰려고
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 일일신고건수는 연기설이 나돌때마다 곤두박질쳐왔다.

지난달 19일 국민회의에서 국민연금확대 연기검토를 주장한뒤 일일신고
건수가 종전 18만건에서 16만건으로 줄어들었다.

20일 당정회의에서 예정대로 시행을 결정하고 22일 보완대책을 발표한뒤
18만5천건으로 다시 늘었다.

그러나 같은 달 23일이후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의 논란과 정치권의
연기발언 등으로 14만건까지 감소한바 있다.

지난 11일 25만6천1백28건을 기록한 소득신고건수는 이번 연기해프닝으로
당분간 감소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 최승욱 기자 swchoi@ >

[ 국민연금확대 추진 일지 ]

<>2월5일 : 도시지역 소득신고
<> 8일 : 국민연금 소득간소화 대책발표
<> 19일 : 국민회의, 국민연금혼란 공무원문책 및 국민연금확대 연기검토
<> 20일 : 긴급당정회의, 제도보완후 4월 시행 결정
<> 21일 : 김대중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에서 예정대로 실시 발표
<> 22일 : 국민연금 홍보강화 등 보완조치 발표
<> 24일 : 여당 국정 협의회에서 국민연금 확대실시 재확인
<> 25일 : 한나라당, 내년 연기 개정안 국회제출
<> 27일 :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경질
<> 28일 : 도시지역확대사업 추진본부 설치
<>3월1일 : 총리주재 관계장관회의 예정대로 추진키로
<> 11일 : 국민회의 조세형대행 확대실시 1년 연기 건의
<> 12일 : 고위당정정책 조정회의 예정대로 실시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