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제 철회를 둘러싼 노사갈등"
"엔화약세로 올 수출 1.3% 증가에 그칠 듯"
"브라질 위기 및 미국경제 둔화로 국제금융시장 불투명"
출범 2년째를 맞는 국민의 정부 앞에 놓인 난제는 이처럼 산적하다.
지난 1년간 5백22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쌓고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올려 놓아 외환위기를 극복했다지만 이제 겨우 절반의 성공을 거둔데 불과
하다.
금융및 기업구조조정도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이다.
대기업의 부채비율을 연말까지 2백%로 낮추려면 과감한 계열사정리와
외자유치 등의 작업이 본격화돼야 한다.
외국에 팔린 서울 제일은행의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데만도 11조여원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더욱이 실물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인다지만 대외여건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국내적 상황과는 관계없이 "날벼락"을 맞을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 분야별 구조개혁 ="금융부문 70점, 노사문제 50점, 공공부문 40점,
대기업 30점"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11일 한국능률협회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1년간 부문별 개혁성과를 평가한 말이다.
지난 1년간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에 힘쓴 결과이기도 하지만 뒤짚어 보면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개혁이 그만큼 미진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직사회의 "복지부동"과 "배째라"식 재벌의 행태가 여전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5대재벌이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은 것은 지난해
12월7일.
IMF관리 체제에 들어선지 1년이 다 돼서였다.
정부는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회사채 발행 제한과 부실기업 퇴출, 부당내부
거래 조사 등 갖가지 압박작전을 구사해야만 했다.
동남 대동 등 5개 부실은행을 퇴출시키고 16개 종합금융사를 즉시 문닫게
했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다.
그만큼 재벌이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위상이 크기도 하고 또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는 얘기다.
공공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기획예산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 개혁 작업은 아직 지지부진하다.
오는 3월로 예정된 중앙부처 조직 개편을 앞두고는 치열한 로비전까지
전개되고 있다.
기획예산위 관계자는 "공공부문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철밥통"을
지키려는 관료집단"이라고 단언한다.
개혁을 주도해야할 공직사회가 사실은 개혁대상인 셈이다.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올해 노사문제는 최대의 이슈다.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민주노총은 노사정을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내각제를 둘러싼 공동여당내 갈등과 당리당략에만 매몰돼 있는 정치권의
행태도 개혁을 가로막는 요인들이다.
<> 과제와 원칙 =관료주의의 저항은 경쟁을 통해서 깨야 한다는게 전문가들
의 권고다.
중앙부처 실국장의 30%를 민간전문가로 영입키로 한 정책이 실효를 거둘수
있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
그들에게 과감히 권한을 넘겨주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관료집단의 이기주의도 제거대상이다.
이와관련 안국신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가 "모피아(MOFIA.재무부의 영문
머리글자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재무부 출신 관료집단을 지칭)를 해체
하지 못한 것이 지난 1년간 정부의 최대 실수였다"고 지적한 말을 되짚어
봐야 한다.
올해 최대 이슈가 될 노사갈등에 대해서도 정부는 원칙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송대희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구조조정과정에서 노사갈등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법과 제도 틀 내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지지 않는 중재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지역균형발전과 인사개혁을 통한 분열주의 타파, 당리당략에
매몰된 정계 개편 등의 작업도 국민의 정부에 요구되고 있다.
<> 무엇을 할 것인가 =이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혁의
시스템화"가 시급하다.
대통령이 혼자 뛰거나 몇몇 주요부처 장관이 앞장서는 개혁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개혁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1년간은 위기상황이었다.
따라서 "고독한" 개혁이 먹혀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건이 달라졌다.
위기상황에서 숨죽였던 집단마다 다시 제 몫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정부마저 원칙을 혼동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통치철학으로 내세우면서도 기업빅딜
이나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제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
"신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나 지역감정을 부추키는 정치권의
술수에 민심이 들뜨는 것도 이래서다.
YS 정권때도 처음 1년간은 사정을 통한 개혁이 이뤄졌지만 저항이
거세지면서 2년째부터는 흐지부지됐다.
이를 돌파할 수 있는 것은 광범위한 지지를 모으는 작업이다.
"2년생 징크스"에 빠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각 문제별로 명확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 다수를 개혁세력에
끌어들여야 한다.
국민적 합의 도출이 또다시 요구되는 까닭이다.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장은 "경제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은 1-2년 단기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며 "기득권의 조직적 저항을 극복해야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동시에 창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국민의 정부 향후 과제 ]
<> 실업대책
- 실업자 2백만명 육박, 1백50만명 이내로 축소
- 일자리 창출 확산, 실업자 보호대책 수립
<> 노사문제
- 노사정 대타협 유도
- 법/제도 틀내에서 노동유연성 제고
<> 경제회생
- 경제성장률 2%대 회복
- 재정적자및 정부부채 축소노력
- 수출및 외자유치 노력
<> 금융및 기업 구조조정
- 은행및 제2금융권 구조조정 마무리
. 추가 부실에 대비책 마련
- 기업 부채비율 연말까지 2백%이내로 축소
- 계열사 정리및 핵심사업 위주로 재편
<> 관권개혁
- 중앙부처 조직개편
- 지방정부 개혁작업 착수
- 공직사회에 경쟁시스템 도입/정착
<> 정치개혁
- 내각제 여부 정리
- 야당과의 공조
- 지역감정 근절
<> 국제금융시장 대응
- 외환보유액 5백50억달러 확충
- 엔화약세 브라질 위기 심화 등 여건 변화에 대비
- 국제금융시장 질서개편에 적극 참여
<> 대북정책
- 한-미-일 긴밀한 협조관계 유지
- 한반도 평화 정착
- 남북경협 활성화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