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발쳤다.
눈비예보를 믿고 하루일찍 귀경했다가 길이 너무 막혀 고생했다는 내용이
많았다.
기상청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날씨에 민감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일수록 더하다.
"이번 겨울처럼 오보를 남발하려면 아예 예보를 하지 않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국내 무스탕업체인 (주)가우디의 배삼준(47) 사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무스탕 업계는 겨울 한철 장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올 겨울처럼
예보가 완전히 빗나가면 사업에 큰 타격을 입을수 밖에 없어요. 특히 기상청
예보를 토대로 한 해의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 요즘 같아서는 불안하기 그지
없습니다".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를 믿고 원단을 충분히
준비했으나 날씨는 따뜻해 타격을 입었다는 하소연이다.
난방기기 업체로부터도 잘못된 날씨 예보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전화
제보가 끊이질 않는다.
한경일 소장은 이번 기회에 "기상청의 오보문제"를 집중조사해 보기로 했다.
한 소장은 최정예.공영칠 탐정을 불러 지시를 내렸다.
최 탐정은 먼저 기상정보를 판매하고 있는 민간기상업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타이로스"의 정해원 사장을 찾았다.
"예보전담제도를 도입해 예보관들이 지속적으로 예보업무에만 전념할수
있게 해야 합니다"
예보관들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오보가 많아질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순환보직 인사 때문에 노련한 예보관이 드물다는 말이다.
최 탐정은 또다른 민간기상업체인 케이웨더의 김동식 사장을 만났다.
"그동안 기상정보를 기상청이 독점해 예보능력이 향상되지 못했습니다.
민간기상업체와의 경쟁시스템을 도입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필요가 있어요"
(김 사장).
그는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수십여 민간기상업체가 언론에 기상예보를 팔
정도로 경쟁시스템이 도입된지 오래라고 덧붙였다.
공 탐정은 학계의 견해를 듣기 위해 한국기상학회 이동규 회장(서울대
대기과학과교수)의 연구실을 노크했다.
이 회장은 정부의 인색한 투자가 오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억원을 투자하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 10억원 줄일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도 기상청에 턱없이 부족한 규모인 5백60억원만을 배정
했어요"
투자없이 오보행진은 막을수 없다는 논리였다.
최 탐정은 기상청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으로 보고 신대방동 신청사를
방문했다.
"요즘 기상청 예보를 못 믿겠다는 시민이 많습니다. 예보를 담당하는
예보관으로서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억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요즘같은 예측이 힘든 기상이변은 빗나갈
수도 있는데 조금만 틀리면 언론에서 오보라고 보도하는 바람에 사실 오보가
줄고 있는데도 오히려 늘고 있다고 시민들이 오해를 하는 것 같아요"(박광준
예보관).
그는 우리보다 월등한 인력과 장비를 보유한 미국 기상청도 불과 10분
전에야 토네이도 같은 기상이변을 예보할수 있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기상청을 총괄하고 있는 문승의 기상청장을 만나 오보에 대한
조사를 종합키로 했다.
먼저 오보의 원인을 묻자 문 청장은 "열악한 장비와 부족한 예산이 예보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예컨대 상층의 대기상태를 파악하는데 필수적인 고층관측소가 2개밖에
없으며 기상 레이더도 5개 뿐이어서 서해상의 기상변화를 제대로 분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오보를 줄이기 위해 추진중인 대책은 무엇입니까"
"우선 금년 1월에 도입한 전문보직제를 정착시켜 기상예보관을 전문직으로
본격 육성해 나가겠습니다. 앞으로 예보관을 적극 우대하는 풍토를 조성해
예보수준을 높여 나갈 방침입니다"(문 청장).
< 류성 기자 sta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