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 외로운 돛 가는 임 안 말리니/
옛 산천 다글수록 멀어져 가는 남산/
한 시름 놓이자마자 또 한 시름 어이리

(강수유유일야류/고범불위객행유/가산점근종남원/야시무수유수)

조선 중종때 문인 이순인이 지은 한강송퇴계선생이란 시다.

벼슬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퇴계선생을 배웅하며 한강나루에서
많은 명사들이 이별의 시를 지었는데 그중 압권이라며 이수광이 지봉유설에
실었다 한다.

사람간의 헤어짐이 아쉬워 옛사람들은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나누고 때로는
시를 지어 서로의 마음을 달랬다.

시경 대아송고에 왕이 미라는 땅까지 전송했다는 구절이 있다.

또 당나라 현종의 경호책임을 맡았던 대시인 위응물의 시 중에 ''영호약운집
전별새성인''(영웅 호걸이 운집해 성문밖 옹성에서 잔치를 베풀어 송별)했다는
구절도 보인다.

이후 헤어짐을 전별이라 했고, 사람을 떠나 보내는 의미가 담긴 각종 말에
전자를 붙였다.

송별의 술잔은 전배, 술 한잔 하고 헤어지는 것을 전음, 전별하는 인사말을
전별사, 떠나는 사람을 배웅하는 것을 전행이라 했다.

그리고 가는 봄이 아쉬워 잔치를 열고 시를 읊기도 했다.

일본에도 "하나무게"라 하여 길떠나는 사람에게 금품이나 시가를 선사하는
풍습이 있는데 한자문화권에 영향받은 것일게다.

이런 풍습은 결국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에 전래된게 아닌가 싶다.

퇴계선생의 단양군수시절에 대한 후일담에 이런 얘기가 있다.

"단양을 떠나 죽령에 이르자 관졸이 삼다발을 지고와서 "관가의 밭에서
거둔 것인데 노자로 쓰는 전례대로 가지고 와서 바칩니다"고해 물리쳤다"

돈으로 주는 전별금과 명절떡값 등을 받은 이유로 엊그제 법복을 벗은
어느 검사의 퇴임식장에서 장관과 총장의 이름으로 전별금이 전달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술 한잔, 시 한수로 하는 옛사람들의 전별이 왠지 부럽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