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제비가 의심스러워 재판을 하기로 했다.
여우가 족제비의 변호를 맡게 됐다.
재판 전날밤 원숭이 재판관에 바나나가 든 바구니가 전달됐다.
양 당사자측에서 보낸 것이다.
한 바구니에는 바나나가 네 개, 나머지 한 바구니에는 다섯 개 들어 있었다.
재판에 앞서 재판관은 이렇게 말했다.
"재판은 늘 공정해야 한다. 그런데 어제 나에게 바나나가 네 개와 다섯 개
전달되었다. 이것으로 재판이 공정성을 잃는 일이 없도록 다섯개를 보낸
쪽에 하나를 돌려주었다"
재판이 시작되고 어미닭측에서 족제비가 닭을 훔치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인
이 세 명 있다고 했다.
그러자 여우는 자기 의뢰인이 닭을 훔치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증인을 열
두명이나 데리고 왔다며 증인의 비율이 3대 12인 점을 유념해 달라고 했다.
재판관은 침묵 끝에 "열두명은 보지 못하고 세명만 보았다면 피고는 무죄다"
고 판결을 내렸다.
일본의 다케우치 야스오씨가 쓴 "이숍우화의 경제윤리학"에 있다.
족제비가 이긴 것은 변호를 맡은 여우가 재판관인 원숭이와 같이 발이 네
개 달린 때문이거나, 되돌려 받았지만 바나나를 한 개 더 보낸 덕택일 것이다
끼리끼리 서로 돕는 법조계의 "전관예우"등 최근 폭로된 대전지방 모변호사
의 "수임비리"가 생각난다.
의정부지역 비리사건에 대한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진 이번 대전
변호사 비리사건은 법원 검찰의 고위직까지 포함된 것같아 더 개탄하는
소리가 높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권투는 주먹으로 싸우지만 재판은 말로 하는 싸움이다.
그리고 주먹이 됐건 말이 됐건 상대보다 우세하게 보이면 이길수 있다는
점에서 양쪽이 비슷하지만 룰을 어겨선 안된다.
법을 다루며 하는 게임이라 할 수있는 재판에서 선수는 검사와 변호사고
심판은 판사의 몫이다.
우리사회에서는 "엘리트"로 인정받는 우수한 두뇌들이 맡아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조삼륜" 일각에서 법을 어기며 비리에 공조하다니 정말
가슴이 아프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검은 돈"에 대한 저항력을 키울 수 있는가.
우리 사회의 큰 숙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