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은 중요하게 여기면서 환경은 자칫 뒷전으로 미루기 쉽다.

하지만 환경과 품질은 한 뿌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환경경영시스템을 갖춰 3년째 시행하고 있는 한 중견기업 회장의 말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환경경영 의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환경경영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이는 ISO14000 인증을 따는 업체수가 급감하는 것으로 가늠할 수 있다.

올들어 지난 10월말까지 ISO14000 인증을 딴 업체는 고작 43개.

지난 한햇동안 1백18개사가 환경경영체제를 구축한 것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기업들은 새로 환경경영체제를 갖추기보다 정기적으로 환경감사를 받는
환경관리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들의 경우엔 환경투자를 더 크게 줄이고 있다.

ISO14000 인증을 받은 업체들 가운데 중소기업의 비중은 3분의1 남짓에
불과하다.

품질보증체제인 ISO9000 인증의 경우 십중팔구 중소기업인 것과 대조된다.

환경경영 의지가 이처럼 위축되는 것은 직접적으로는 경제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ISO14000 인증을 홍보용으로만 생각하는 좁은 안목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ISO14000 인증을 딴 기업은 고객들에게 자사의 환경보호 의지를 과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가격과 성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경쟁 제품과의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점에만 눈독을 들여서는 안 된다.

환경경영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환경뿐 아니라 경영에도 여러모로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폐기물을 줄이는 시스템을 갖추면 폐기물 처리비용도 절감된다.

한국도자기의 경우 공장내에 환경실명제를 도입해 한 해 4억원이상을 아낄
수 있었다고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 봉투에 발생부서와 근무자 이름을 써넣자 태워야 할
쓰레기 양이 3분1이상 줄고 재활용량은 늘어났다는 것이다.

환경법규 위반에 따른 벌금이나 부담금과 배상책임을 져야하는 환경사고가
줄어드는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공정을 개선해 폐기물을 줄이면 원자재와 에너지도 그만큼 절약된다.

이미 무역장벽으로 자리잡은 국제적인 환경규제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ISO14000 인증이 주는 이득이다.

환경경영이 요구하는 기술개발과 공정개선은 신제품 개발로 이어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ISO14000 인증이 확산되려면 기업들의 인식이 높아져야 하며 제도보완도
필요하다.

우선 환경부가 시행하는 환경친화기업 제도등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환경관련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제도는 환경친화기업에 각종 인허가 및 검사를 면제하는 혜택을 준다.

따라서 기업들이 외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내용이 크게 다를바 없는 ISO14000 인증과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환경경영의 밑바탕이 될 청정기술의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

국내 청정기술은 선진국의 10~2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청청기술은 공공성이 큰만큼 정부가 개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경영에 따른 비용과 효과 분석시스템을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환경경영의 이익을 따져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