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주시하라"

이들이 작성하는 국내 경제분석이나 기업전망에 대한 조사분석자료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들의 세부지도역할을 한다.

상장주식을 사거나 팔도록 의견을 제시하며 심지어 "Buy Korea"나 "Sell
Korea"라는 투자의견을 제시한다.

국내 증권사들도 조사분석자료를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제공하지만 신뢰도가
낮은 게 현실이다.

특히 IMF관리체제로 접어든 이후 외국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한마디 한마디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안테나가 된다.

외국증권사에는 순수 외국인을 비롯 국내 증권사 출신들이나 해외유학파
한국인들도 포진하고 있다.

대표적 외국증권사 애널리스트로는 자딘플레밍증권의 스티브 마빈 조사담당
이사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쌍용증권에 몸담았다 지난 6월 현재의 직장으로 옮겼다.

쌍용증권 입사당시 몸값 1백만달러의 사나이로 불리기도 했다.

현미경의 눈으로 때론 확대경의 눈으로 한국경제를 진단하고 전망하는 게
그의 일이다.

그는 지난 5월중순 "죽음의 고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 제2의
위기가 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재경부는 그의 보고서를 부랴부랴 회수토록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앞서 "Too little, too late" "Eye of the storm"이라는 보고서로
재경부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 때문이었다.

죽음의 고통에서 주가 300선이 붕괴될 것이라는 그의 전망도 증권업계를
바짝 긴장시켰다.

실제 주가는 그가 예측한대로 300선아래로 추락했다.

최근에는 "마빈 이사가 주가를 얼마로 전망했다더라"는 루머가 돌며 주가가
춤을 추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는 한국경제에 대한 지나친 논리적 비약으로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분석력은 국내외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는 게 현실.

외국인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수차례
선정됐다.

국내 증권업계가 애널리스트를 길러내는 풍토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 외국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국내 증권사에서 그나마 잘 나가던 애널리스트들마저 외국증권사에 빼앗길
처지라는게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한숨섞인 말이다.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외국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입지는 그만큼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