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조 마사오 < 인천대 객원교수 >

추석과 연말이 되면 한국의 백화점에서는 선물판매경쟁이 치열해진다.

일본에서도 주우겐과 세이보로 불리는 명절이 되면 선물상전이 폭넓게
확산돼 백화점들은 눈코 뜰새 없이 바빠진다.

비슷하면서도 닮은 점을 많이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두 나라간의 선물문화에는 차이가 있다.

주고 받는 선물의 내용이 그것이다.

주재원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와있는 일본인 주부들은 한국에서 추석선물을
받고 놀랄 때가 많다.

일본에서 주고 받는 선물은 일반적으로 가격이 3천엔에서 5천엔 정도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30만원이나 하는 고가상품을 받을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
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전달된 선물에 들어있는 내용물의 양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똑같은 종류의 물건을 다 사용하지 못하거나 먹어 치우치 못할 정도로
많이 받게 되면 더욱 처치에 곤란을 느끼게 된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것을 정이 많아서 그렇다고 설명할지 모르지만 일본적인
감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일본에서는 선물을 준다는 행위자체가 중요하지 선물에 들어있는
내용물의 많고 적음으로 정을 표시하는 것은 아니라는게 일반적인 통념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사람들은 일본인들로부터 선물을 받으면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은 것 같다.

일본인의 선물은 대체로 값싼 것이어서 양도 많지 않다.

이것은 선물을 받은 쪽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 주된
이유지만 여기에는 비교적 빈부차가 적은 일본사회의 특징도 반영돼 있다.

한.일 양국간 선물문화의 차이는 유통경제를 특징짓는 요인의 하나로도
작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백화점들이 같은 종류의 상품이라도 가격차가 큰 여러가지를
함께 진열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 준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추석상품의 종류가 거의 고정돼 있으며 일반적으로
대형이고 값비싼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따라 선물을 주고 받는 대상도 자연 한정돼 결국 시장규모를 축소
시킨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백화점들은 백화점들대로 작은 시장에서 무언가 매출을 많이 올리기 위해
같은 물건을 한번에 많이 팔려고 하므로 전체 시장규모가 작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일부 부유층에서는 자신들의 경제력에 걸맞은 선물을 구입하지만 수준이
너무 높아 매스컴으로부터 과소비라는 비난을 듣게 되고 결국 소비는 점점
더 위축되게 된다.

한국의 선물문화를 보고 있자면 경제시스템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