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회장의 천재성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빌 게이츠는 이제까지 한번도 새로운 것을 발명해 본적이 없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으나 그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업가임에 틀림없다.
인터넷에는 "미국의 두 빌중에 누가 더 영향력이 큰가"를 다루는 웹사이트
가 등장했다.
두 빌은 미국 현직 대통령인 ''빌 클린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을 지칭한다.
현직 대통령과 파워를 견줄만한 기업인.
게이츠 회장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게이츠 회장이 동료인 폴 앨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설한 이후
지난 20년동안 마이크로소프트 제국은 흔들림없이 꾸준하게 성장해왔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인터넷 시장에 늦게 진출하는 바람에 지난 3년여간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일각에선 네트스케이프 야후 등 신생기업들에 인터넷 시장 패권을 내주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35%의 매출액신장률을 기록하며 이같은
예상을 보기좋게 비켜갔다.
주가도 2배 이상 올랐으며 인터넷 시장도 장악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외형에서는 그렇게 튀는 기업이 아니다.
연간 매출액은 87억달러 정도로 포천지가 발표한 5백대 기업중 1백79위다.
직원수도 2만1천명으로 GM의 64만7천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왜소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게이츠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것은 이
회사의 규모와 무관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게이츠의 영향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97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주식 가치는 1천1백90억달러로 5백대 기업중
4위를 기록했다.
매출 1백79위의 기업이 주식가치로는 베스트 5에 들어간 것이다.
그만큼 투자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고수익성, 변화대처능력, 시장장악력 등
미래 성장가능성을 그만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지난 80년이후 10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괄목할만한 성장가도를
달리게된 결정적 계기는 IBM에 대한 PC 운영체제의 소프트웨어 공급.
이를 시발로 시장을 넓혀 현재는 거의 모든 컴퓨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가 설치됐고 대다수가 MS워드, 엑셀 등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세계 소프트웨어시장 석권은 빌 게이츠가 지난 20년
동안 표준 장악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결과다.
호환성이 어느 사업보다 중요한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빨리 자기쪽으로 돌려놓는 것이 관건이다.
그는 80년대초 MS-DOS를 무료로 시장에 뿌렸다.
무단복제를 내버려둠으로써 소비자들이 MS-DOS의 입맛에 길들어지게 하고
그 이후에 무단 복제를 철저히 막아 중독된 소비자들이 헤어나올 수 없게끔
한 것이다.
그는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될 즈음이면 제품의 수준이 낮더라도 경쟁업체
보다 앞서 소프트웨어를 시판한다.
소비자들에게 전파하려면 기술완성도보다는 스피드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그의 전략을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시장선점 욕심을 앞세워 설익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것은 무책임
하다는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는 이것을 생존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경영방식에서 또하나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다른 회사의 좋은
제품이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점이다.
인수합병이나 제품모방 등 갖가지 수단이 동원된다.
"좋은 제품을 독점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그동안 인수합병해온 수많은 사례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시애틀 컴퓨터 프로젝트라는 작은 회사제품을 인수한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 제국의 시발점이 된 MS-DOS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제품군중 인기를 끌었던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
"파워포인트"도 다른 기업으로부터 사들인 것이다.
그는 이처럼 창의력과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을 사들이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또 애플 매킨토시의 아이콘으로 컴퓨터를 작동하는 기능을 윈도우95에
전격적으로 도입하는 등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는 얼마든지
남의 제품을 모방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현재 데스크톱 컴퓨터 분야에서 자동차, 가정, 포켓용 등 더
다양한 종류의 컴퓨터에 쓰일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쪽으로 미래성장의
방향을 정하고 있다.
또 인터넷에 편승해 마이크로소프트를 통한 은행거래, 여행예약, 음반
구입을 하고 케이블 TV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게 될 것이다.
2001년까지 급속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내 네트워크, 즉
인트라넷 시장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NT 시스템이 네트스케이프,
선마이크로 시스템스, 오라클 등의 내로라하는 경쟁업체들보다 더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 있다.
콘텐츠 사업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 CD롬 게임, 사이드워크 등의
전자잡지를 포함한 미디어 사업에 큰 기대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중역들은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과 사업으로 앞으로
5년안에 회사규모와 자산가치가 2배 이상으로 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 빌 게이츠의 신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 정호석 AT커니 컨설턴트 seoul-opinion@atkearney.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