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우 <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 원장 >

"빅딜"논의가 한창이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구조개편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지금
우리 앞에는 보다 시급한 수출상품 경쟁력 확보라는 절대절명의 과제가
놓여있다.

수출위주로 산업구조를 가꾸어 온 우리나라가 오히려 수입이 더 많아져
무역수지 적자에 시달리게 되고 세계시장에 내놓을만한 일류상품 하나
찾아보기 힘든게 오늘 우리 경쟁력 현실이다.

이렇게 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 마디로 집약한다면 "디자인의
부재"다.

즉 디자인 경쟁력이 죽어있는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소비자 구매동기 중 가장 중요한 기준은 디자인이다.

소비자들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상품들 가운데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만족시켜주는 상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를 하루빨리 극복하기 위해서는 돈이 적게 들면서도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것에 투자해야 한다.

디자인이 바로 그것이라는 점은 이제 공지의 사실이다.

기술개발은 통상 2~3년에 4억2천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하지만 디자인개발은 6~9개월의 짧은 기간에 평균 2천1백만원정도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상품의 기능성 안전성 사용편리성은 물론 창의성 심미성이 뛰어난 상품임을
국가가 인증하여 "GD(Good Design)"마크를 부여하는 "우수산업디자인
상품전"은 디자인의 위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서
그 의미가 크다.

올해는 불황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강력한 디자인개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지난해보다 출품업체는 24%가 감소했고 출품상품은 8%가 줄었다.

그러나 전기전자.통신기기의 분야는 오히려 예년에 비해 늘었다.

식기류 등의 생활용품 등 과거에는 디자인 사각지대였던 부문도 이번에는
디자인이 확연히 좋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소기업들도 모방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디자인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장식적인 디자인수준에서 벗어나 실용적이고 소비자의 편리성을 생각하는
디자인으로 발전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우리 기업들이 내세우고 있는 고객만족 경영은 사실 사후개념의
관리적 성격이 강하다.

보다 근본적인 고객만족은 상품기획에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디자인경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디자인이란 소비자의 욕구와 기대치를 소재로 빚어내는 경영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