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5일 이규성 재경부장관의 주재로 경제장관간담회를 갖고
연말까지 풀기로 한 중소기업 대출자금 12조원을 10월말 까지로 앞당기는
중소기업 금융지원대책을 마련했다.

이밖에도 은행대출금리를 1~3% 낮추도록 유도하고 회생가능한 중소기업은
거래은행들이 미리 협의해 부도처리를 최소화하며, 퇴출되는 대기업의
협력.하청업체가 보유한 진성어음은 전액 할인해주는 방안 등이 지원대책에
포함돼 있다.

그동안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이번에 또 금융지원방안을 발표하게 된 것은 자칫 중소기업의 흑자도산
사태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즉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 되면 신용경색이 더욱 심화돼 그나마
살아남은 중소기업들마저 쓰러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은행들은 본격적인 구조조정 및 6월말 반기결산을 앞두고 이미 지난
5월중에 은행계정에서 1천7백28억원, 신탁계정에서 1조2천5백억원씩 대출을
회수했다.

더구나 지난 4일 발표된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대로 예금보호대상이
축소되면 거액의 자금이 우량금융기관으로 이동하게 되고 부실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대출회수 움직임이 가속화돼 기업자금난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될 예정인 오는 9월말까지는
신용경색의 심화에 대응해 중소기업을 위한 자금지원대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가 원화자금 11조4천2백억원, 외화자금 4억달러 등 모두
12조원을 앞당겨 풀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지원대책의 실효성이다.

당장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에 급급한 은행권이
얼마나 호응해줄지 의문이며, 대출을 해준다 해도 담보대출관행이 지속되는한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은행 2조5천억원, 기업은행 2조원, 국민은행과 한일은행이
각각 1조원 등 중소기업 신규대출이 계획돼 있지만 지난 5월말 현재
한일은행과 제일은행을 제외하고는 매우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은행별 신규대출실적에 따라 증자 부실채권매입
후순위채매입 등을 차등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신규대출해준 만큼 위험가중치가 1백%인 부동산 담보대출을 10%인
신용보증대출로 전환해 BIS비율을 높여줄 방침이다.

지난 5월말 현재 보증기관의 신용보증여력은 23조2천억원에 달해
신용보증대출 전환에 무리가 없다.

수출증대와 고용창출을 위해 중소기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취임 1백일기념 기자회견에서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재정적자와 통화증발도 감수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이번만큼은 중소기업
지원대책이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기를 기대해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