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욱 < 전경련 기업경영팀장 lbw@mail.Korbiz.or.kr >

세계 어느나라도 작성하고 있지 않는 결합재무제표임에도 우리나라에선
당연히 도입되어야 하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대기업정책에 대한 홍보가 잘된 때문이거나 정책도입의 당위성만
강조하고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애써 과소평가해 온 우리의 적당주의문화
탓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결합재무제표가 작성되면 대기업의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일반국민의 기대가 커진 상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지듯이 결합재무제표를 도입한이후 나타날 국민적
실망감이나 결합재무제표가 가져올 부작용과 위험성에 따른 걱정이 앞선다.

첫째 국내 대기업들이 99회계연도에 결합재무제표를 작성, 공표했을 경우
외국인에게 비칠 한국기업의 모습이 걱정스럽다.

대기업의 경영성과가 부실하게 나타나 대외신인도가 하락하는 것은 차치하고
자기네 나라에도 없는 결합재무제표를 왜 한국기업들은 작성해야 하는지를
반문할 것이다.

연결납세로 세수가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순수지주회사를 허용하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속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한 다각화로 투명하지 않은
내부거래만 일삼는 것이 한국의 대기업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결합재무제표가 작성되더라도 회계관행이나 개별재무제표의 신뢰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회계정보이용자로부터 신뢰성을 얻기 힘들다는 점이다.

개별재무제표를 믿기 어렵다면 이를 토대로 작성한 연결재무제표나
결합재무제표를 신뢰할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개별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어 담보대출위주의 전당포식
영업을 해온 면이 없지 않다.

개별재무제표가 투명하지 못했던데는 기업의 잘못이 크겠지만 기업을
에워싸고 있는 환경요인도 있다.

예컨대 부실 외상매출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도 국내기업은 세법상
제약으로 선진국 기업처럼 충분한 대촌충당금을 설정할 수 없다.

이러한 회계환경의 개선없이 결합재무제표 하나 더 작성한다고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더 나아질 것이 없다.

셋째 결합재무제표 작성에 따르는 기업의 부담과 어려움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91년부터 결합재무제표의 도입문제를 검토해 왔는지는 몰라도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할 기업들은 금년 10월에 작성기준이 마련되면
그때부터 준비해야 한다.

일부 그룹들은 종전에 약식으로 작성해오던 단순 합계 재무제표를 토대로
준비하고 있지만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동일한 거래의 상이한 계정과목 처리의 조정문제, 업종간 상이한 회계기준에
의해 작성된 재무제표의 통합문제, 계열사 회계처리의 전산화 등을 위한
그룹단위의 회계처리지침 작성 등 회계인프라 구축에 수십억원의 인적 물적
투자를 해야할 처지다.

여기에다 매년 계열사 변동시에 회계시스템 보완에 따르는 막대한 코스트가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하루에도 수천건에 달하는 국내외 본.지사간 내부거래를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백개에 달하는 계열사들의 연간 내부거래를
통제하고 관리할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수 있는지가 회의적이라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결합재무제표제도의 제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합재무제표 작성이 기업의 투명성및 신뢰성제고에 기여하고 그로인한
부작용이 없는 것인지 제고하는 것은 향후 제도보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또 결합재무제표가 최적대안인지 여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개별재무제표에 계열사간 채무보증을 완전공시하는 한편 지주회사와
연결납세를 허용하여 연결재무제표를 보강하고 선진국형 기업형태로
국내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것이 비용효과적(Cost-effective)인
대안이라 생각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