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백년 단위가 바뀌어지는 데도 뒤숭숭해지는 민심인데 천년이라는 단위는
말해 무엇하랴.

벌써부터 금세기의 마지막과 다가오는 21세기를 어떤 식으로든 조망하려는
시도가 분분하다.

그러나 여러가지 파괴적인 내용의 예언들과 현재의 기상이변, 아시아를
기점으로 퍼져나가는 경제적 파탄, 그리고 그 중심부에 있는 우리나라를
지켜보노라면 보라빛 미래는 우리와 관계가 없는 듯하다.

주역은 64괘를 상경과 하경으로 구분하여 상경의 시작은 건괘, 하경의
시작은 함괘로 하고 있다.

상하의 구분은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질서의 개편을 암시한다.

다행히 하경의 시작이 남녀간의 화합을 의미, 발전적인 미래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는 결국 인간의 생멸변전을 암시한다.

송대의 유명한 철학가 소강절은 저서 황극경세에서 세상의 운행법칙을
계절의 변화와 관련하여 논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인용하여 수많은 종교가나
음양가들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내용인 즉 현재 우리는 여름과 가을의 중간지점인 중천오회에 머무르고
있으며 계속해서 가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쳐간 봄과 여름이 양이라면 다가오는 가을, 겨울은 음의 시대라는
것이다.

여성적 기운, 전쟁이 아닌 평화, 화합과 질서가 주도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주역에서 미래로의 전환은 혁괘가 그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혁은 파괴적인 변혁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에, 언급한 대로의 평화적
새 질서는 무서운 대가 끝에 주어질 수 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정신자세다.

간방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수많은 환란을 이겨내고 지금에 서있다.

새로운 질서, 새로운 시대는 과거를 이겨낸 그 정신자세로 맞이할 때만이
팔을 벌리지 않을까.

주역은 변화, 운용의 체계이기 때문이다.

성철재 < 충남대 교수 / 역학연구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