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이론을 만들자" "신사고20" 등의 저자 서울대 이면우 교수.

그가 요즘 벤처아이디어 사냥에 열중이다.

전국 대학생들의 번뜩이는 벤처아이디어를 발굴, 상업화하자는 기치를
내걸고 동참자를 모으고 있다.

들녘에서 온갖 풍상을 맞아가며 자라는 야생화 같은 기업을 이땅에
심어보자는게 그의 취지다.

이 교수가 17일 오후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최근 엮어낸 화제작
"신창조론"을 놓고 특별강연회를 열었다.

"벤처정신"이 키워드 였다.

강연내용을 정리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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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분야에 걸쳐 패러다임의
대전환(Great Shift)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던 산업육성체계는 민간으로 넘겨야 하고 기업은 비닐하우스
(정부의 보호)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으로 뛰쳐나가야 한다.

내 직장 만은 보장돼야 한다는 의식도 안통하게 됐다.

모든 것을 새롭게 보고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

또다른 한편으로 민족의 창의성을 분출하기에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지금은 정보혁명과 자유무역이 동시에 전개되는 급변기이다.

정보시대의 전개는 지금보다 최소한 5배가 넘는 사업영역을 제공할 것이다.

뒤쫓던 사람이 앞서가던 사람보다 더 유리할수도 있는 시점이다.

첨단기술이 첨단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창의적 사고가 첨단제품을 만든다.

창의적 결실을 맺기 위해 우리는 사고를 혁신하고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창의적 사고는 곧 도전정신, 벤처정신이다.

벤처사업이란 무엇인가.

남달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데 기업이나 주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믿어주지 않아 부득이 아이디어를 낸 본인이 직접 추진하는
사업을 말한다.

벤처사업은 그러나 사회변혁 기술혁명 시장의 반응 등 복잡한 주위 여건이
바람직한 조화를 이루며 아이디어와 맞아 떨어져야만 성공하는 위험한
산업이기도 하다.

벤처사업 축에 끼려면 세계 시장을 겨냥한 미래형 사업이어야 한다.

부품의 국산화, 소프트웨어의 한글화 등은 내수시장을 겨냥한 중소기업
사업영역이다.

우리나라에도 요즘 벤처사업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어마어마한 돈이 벤처기업으로 지원될 모양이다.

이같은 현상으로 보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면도 없지 않다.

벤처사업은 정부가 지원한다고 쑥쑥 자라는게 아니다.

실리콘벨리는 정부가 지원을 중단이후 성공했다.

벤처사업에 꿈을 불태우는 젊은이는 저금통을 뜯고 애인이나 부모의 푼돈을
받아며 기업을 일으킨다.

그들은 정부돈 타려고 쫓아다닐 시간이 없다.

우리 정부는 아이디어가 완성되지 않는 사람에게도 지원하겠다고 한다.

정부자금을 얻은 벤처사업은 70~80%가 망한다.

그들은 다음 돈을 받기 위해 식물인간 처럼 연명한다.

우리 주변에서는 벤처사업가들에게 단지내 연구실을 제공하겠다는 이야기가
많다.

연구실을 제공한다고 벤처사업이 육성되는 것은 아니다.

야심찬 벤처사업 육성 계획을 마련했던 말레이시아는 벤처단지를
만들었으나 실패했다.

입주자들이 정부관리를 견디지 못해 모두 떠났기 때문이다.

이는 곧 벤처를 보는 우리의 발상에도 대전환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벤처아이디어는 구슬과 같다.

아이디어 자체가 큰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여러 구슬이 조화를 이루며 연결되어 목걸이가 됐을때 비로소 가치를 갖는
것이다.

벤처아이디어는 설계전문가, 판매기획 전문가등으로 연결돼야 한다.

성공한 벤처사업 뒤에는 반드시 3명의 서로 다른 모험가가 존재한다.

한 명은 상상력이 풍부한 몽상가(Visionary)요, 다른 한 명은 상상력을
이론으로 뒷받침할수 있는 이론가(Analist)이다.

이들이 오랫동안 한가지 아이디어에 매달리다가 벤처사업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모든 벤처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시장감각과 경제개념이 있는 제3의 주체인 시장전문가가 개입해야
한다.

이들이 산출한 아이디어는 소규모 자본 투자가인 천사기금(Angel Fund),
모험사업을 지원하는 모험투자가(Venture Capitalist) 등을 만나야
상업화에 성공한다.

여기에 은행투자가, 대기업 등 전략투자가 등이 합류하면 더 큰시장을
확보할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성을 인정받는 벤처아이디어는 보통 1백만개중
하나에 불과하다.

사장되는 아이디어를 밟고 탄생하는게 벤처사업이다.

우리는 실리콘벨리를 뛰어 넘을 한국 고유의 벤처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형 벤처모델은 난장터의 자유분방한 토론문화를 본받아야 한다.

한국형 실리콘벨리는 이후의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설립된 벤처클럽인 "전국 대학 네트워크(HTFN. High Touch Frontier
Network)"는 한국형 벤처모델 구축의 첫사업이다.

HTFN은 오는 21일까지 총 10개 팀으로 제1기 프런티어 벤처가를 구성,
25일쯤 결단식을 겸한 워크샵을 가질 계획이다.

각 팀은 벤처가(Venturist), 이론가(Analist), 시장전문가 등 3인으로
짜여지며 가급적 전국의 대학생들을 고루 포진시킬 계획이다.

이들은 3월초부터 네트워크를 통해 벤처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에 대한
연구개발을 거쳐 5월말 벤처사업 추진 아이템을 선정한다는 일정을 잡아두고
있다.

5월말에는 창업투자회사와 개인투자를 대상으로 사업화 대상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물론 HTFN은 창투사나 기업 등에게 문호를 개방, 이들이 벤처아이디어를
쉽게 흡수할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초기 후원금을 지급하는 기업이나 투자가들은 그만큼 벤처 결실을 쉽게
얻을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사이버 공간에서 난상토론을 벌이는 한국형 벤처모델의
모습이다.

한국형 벤처모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동북아경제권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한국의 창의력에 일본의 기술, 중국의 동남아 유통망을 접목시킨 동북아
경제권은 아시아 경제권으로 확대될 것이다.

< 정리 =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