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화가 기업 생존과 경쟁력의 보증서인가"

최근 그룹간 사업교환을 통한 전문화만이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차기정부는 그룹간 사업교환(이른바 빅딜)을 대기업정책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외국기업중에서도 활발히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는 곳이 많다.

미 제너럴 일렉트릭(GE)과 마이크로소프트(MS), 통신사업 진출을 적극
추진중인 일 도요타자동차 등이 그 예이다.

이는 전문화나 다각화는 기업의 전략일 뿐으로 전문화가 항상 좋다고
말할 수 없는 반증이 된다.

먼저 미국을 대표하는 30대 기업의 하나인 GE를 살펴보자.

GE는 현재 12개의 사업분야를 가지고 있다.

가전제품 조명기기 발전설비 비행기엔진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중전기기
기관차는 물론 의료기기 방송 금융서비스 정보통신 사업까지도 벌이고 있다.

금융업체인 GE캐피탈, 3대 공중파방송의 하나인 NBC, 경제전문 케이블
방송인 CNBC 등이 계열사다.

웬만한 한국의 그룹보다 사업분야가 광범위하지만 경쟁력은 세계최고다.

지난 4.4분기 사상최대인 23억5천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GE는 올해
매출이 1천억달러선을 돌파할 것이 확실하다.

또 컴퓨터 운영소프트웨어 분야 세계최고인 MS도 출판 방송 오락 PC통신
인터넷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만화영화 세계1위인 디즈니도
방송 캐릭터 테마파크 등으로 사업을 늘리고 있다.

자동차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도요타자동차는 최근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통신사업을 선정, 전력투구하고 있다.

자회사인 장거리(시외)전화업체 텔리웨이(일본고속통신)를 오는 10월1일
자로 일본 최대 국제전화업체인 KDD와 합병키로 결정, NTT에 도전장을
던졌다.

KDD는 NTT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일본내 지역전화망을 갖고 있는 도쿄통신
네트워크(TTNet)와 회선 상호접속 계약을 맺어둔 상태로 도요타는 이번
합병으로 단번에 장거리 국제 지역전화를 총괄하는 체제를 갖췄다.

전자업체인 소니도 영화사업을 주력사업의 하나로 육성중이다.

이들 기업의 사례는 다각화가 반드시 경쟁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더구나 외국기업의 경우 자체 판단과 전략아래 M&A(매수합병)시장서
자유롭게 사업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요즘 한국에서 논의되는 전문화
방법으로 거론되는 빅딜과는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정부정책이 기업간 인위적인 업종교환 유도보다는 M&A시장을
육성하는 쪽이 더 바람직하다는 점을 뜻한다.

<강현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