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위기 여파가 유럽 금융기관에 이어 제조업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GEC알스톰 에어버스 등 유럽기업들은 아시아 각국이 사업축소 및 연기를
검토하고 나서자 이들 국가로부터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 고속철도 차량(TGV)를 수주했던 GEC알스톰사는 최근 "프로젝트에 큰
위험은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11억달러상당의 차량을 한국에 공급할 예정이었던 알스톰사는 현재
한국정부가 고속철도 구간을 변경하는 등 계획수정을 검토하고 있어 철도
차량의 납기연기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항공기메이커 에어버스는 최근 타이항공이 비행기 인도시기를 늦출 것이란
보도와 관련, "그같은 요청은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인도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태국항공은 올해 에어버스로부터 A300-600 5기와 A330 4기를, 필리핀항공은
A320 11기를 각각 인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승객감소 등으로 항공사들의 노선폐지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기 추가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필리핀항공이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발주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밖에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통신망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독일의 지멘스, 프랑스 알카텔, 핀란드 노키아 등도 아시아 통화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 무역보험공사의 다히드회장은 "아시아통화위기로 대형 프로젝트의
중단은 생각하기 어렵지만 늦어질 가능성은 있으며 특히 한국의 고속철도
사업은 지금 속도보다 지체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위기가 유럽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외채협상에서 유럽채권단들이 아시아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장진모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