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토지보유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투기를 억제한다는 명분아래 과도한 세부담으로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떨어
뜨리는가 하면 어려운 처지에 빠진 기업들의 회생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등
산업발전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는 지적들이다.

관련전문가들은 부동산투기는 금융.부동산실명제 실시와 토지전산망 가동
등으로 이미 충분히 억제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양도소득세 등
자본소득문제는 기업의 경영을 보다 원활히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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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A그룹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서초동 요지의 2만평
남짓한 부동산을 처분,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었으나 좌절감만 맛봐야 했다.

특별부가세 법인세 주민세 등 내야할 세금이 워낙 많아 실제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얼마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A그룹은 땅을 팔아도 별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는 실정이다.

최근 기업들이 자금난 타개를 위해 잇따라 부동산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인해 매각 자체가 쉽지않은 형편이다.

게다가 가까스로 토지를 팔고나면 세금공세에 시달려야 한다.

기아그룹을 비롯 진로그룹 우성건설 건영 등도 정부및 채권단의 독촉과
자구노력으로 부동산을 내놓았으나 실제로 매매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경련이 최근 발표한 "기업 구조조정의 애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취득세 등록세 중과" 등으로 인해 부동산을 파는 기업은 최악의 경우
땅값의 52.8%를, 사는 기업은 29%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땅 팔기도 힘겹고 땅 사기도 겁나는 것이다.

자금난으로 고전중인 B그룹도 얼마전 1백60억원 정도를 마련할 생각으로
덩치가 제법 큰 부동산을 매각했다.

이 돈으로 차입금등을 갚을 생각이었으나 실제 손에 쥔 돈은 푼돈에 불과
했다.

특별부가세 32억원, 법인세 45억원, 두가지에 대한 주민세 8억원 등 모두
85억원의 세금을 내고 나니 겨우 75억원만 남았다.

정부의 비업무용 부동산 제도라는 규제가 기업의 회생노력에 족쇄를 채운
채 오히려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이같이 회생을 위해 적극적인 자구노력에 나서고 있는 기업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여론이 빗발치자 재정경제원도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은행 빚을 갚기 위해 99년 12월까지 부동산을 매각하는 기업에는 특별
부가세를 면제한다"며 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데 이어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서도 특별부가세를 면제한다는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까다로운 조건이 붙었다.

면세대상이 <>업무용 부동산과 일체화돼 있어 분리매각이 어렵거나 <>은행
등 금융기관에 이미 담보가 잡혀있는 부동산에 한하며 <>매각대금을 반드시
금융기관의 빚을 갚는데 써야만 한다는 것.

당장 오늘을 버텨 나가기 힘든 기업들이 규제완화를 피부로 느낄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처럼 부동산 투기 억제의 목적을 가진 규제외에 행정편의에서 비롯된
규제까지 있어 기업경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운수및 보관 하역등의 업종에 종사하는 기업은 야적장을 사용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야적장은 건축시설이 없기때문에 산업시설인데도 나대지로 분류된다.

서울 등 6대도시의 경우 택지소유상한제를 적용,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택지면적을 2백평으로 제한하고 과다보유한 택지에 대해서는 택지부담금을
부과한다.

나대지는 세제상 택지로 분류되기 때문에 수백~수천평의 야적장을 보유하는
업체들은 울며겨자 먹기로 엄청난 택지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기업 현장을 외면한 채 책상머리에 앉아 만든 정책이 기업들에 엄청난
부담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가 실시되는데다 부동산 전산망 가동으로
부동산 거래실태는 백일하에 드러나며 건전화되는 추세다.

부동산을 이용한 투기의 소지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과감한 규제 철폐로 기업의 건전한 부동산 활용을 유도하고 기업경영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양도세 등 자본이익을 합리적으로 환수할 정책을
수립하는데 머리를 맞댈 시점인 것이다.

< 방형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