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등 선진각국의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 같다.

특히 우리가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각국의 내정간섭적 무리한
요구나 억지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부한다는 일관된 자세를 확립하는
것이다.

반면 국제규범이나 관행에 어긋나는 제도는 보다 신속한 개선을 통해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는 것도 효과적인 대응방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미자동차 협상만해도 미국측의 요구는 부당하기 짝이 없다.

내.외국산에 차별없이 적용하는 자동차관련 세금을 무조건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형식승인과 제품분류기준을 미국방식으로 해줄 것을
주장하는 것등은 다분히 내정간섭적인 강대국의 논리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 관세인하요구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현행 승용차관세 8%는 유럽연합(EU)에 비해 낮은 편이고 상용차의
경우는 우리의 10%에 비해 미국은 25%의 고관세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미국
수준으로 인하하라는 것은 경제강국의 횡포로 밖에 볼 수 없다.

뿐만아니라 소비절약 캠페인을 문제삼고,있지도 않은 외상자동차 소유에
대한 세무조사등을 거론하는 것은 국가간의 협상에서 정도를 벗어나는
무례한 행동이라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그러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슈퍼301조 발동을 통한
무역보복을 가하겠다는 배수진까지 쳐놓고 있다.

미국과 EU가 패널설치를 요구한 주세율도 지난4, 5월의 협상에서 우리가
제의한 양보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회답도 없이 행동으로 옮긴 것은
국제협상의 정상궤도를 일탈한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우리는 그러한 일들이 왜 반복돼 오고 있는가에 대해 정부는 좀더 면밀히
따져보고 근본대책을 세워야 할 줄 안다.

솔직히 과거의 통상협상에서는 시장개방이 미흡한데다 각종수입규제장벽
등이 높아 수세적 자세가 불가피했던게 사실이고 따라서 강댁구의 압력에
쉽게 굴복, 시장을 내줄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을 우리 스스로 인식하고 당당한
대응이 필요하다.

더구나 올들어 대미무역에서는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간에는 자동차뿐아니라 금융시장등 걸려있는 현안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미국뿐아니라 유럽등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마찰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일관된 원칙과 논리로 대외협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함으로서
경제적 손실과 혼란을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당국간의 협조체제강화나 협상조직의 강화,
전문인력의 양성등 가장 기초적인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쌍무적인 마찰이라 하더라도 WTO등 국제기구를 통한 해결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