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제아무리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여전히 자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날씨만큼 잘 상기시켜 주는 것도 없다.

기상학자들의 연구결과로는 태양열이 30% 증가하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소멸되고 13% 감소하면 얼음이 1.6km 이상의 두께로 지구를
덮어버릴 것이라고 한다.

근래들어 잦은 기상이변을 경험하면서 인간능력의 한계를 절실히
체험하게 된다.

올 여름엔 변덕 날씨가 잦은 것 같다.

중국 북부지방에서는 황하가 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열파에 숨지는
사람이 수백명에 달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중동부 유럽은 2백년만에 최악의 홍수로 피해가 극심하다고 한다.

미국 중서부도 연일 계속되는 혹서로 최소한 4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응급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요즈음 우리도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 현상으로 수면부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열대야는 기상용어로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밤을 일컫는다.

낮의 태양열에 달궈진 지표면이 밤에도 계속 복사열을 뿜어내고
바람마져 약해 열기가 고여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에어컨과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인공열과
대기오염물질이 기온상승을 부추겨 고온의 공기덩어리가 도시를
섬모양으로 덮는 "열섬현상"이 열대야를 만드는데 한몫하기도 한다.

열대야는 보통 장마가 끝난뒤 낮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날이 계속되는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사이에 나타난다.

올해의 경우 지난 21일 최저기온이 26.1도를 기록해 첫 열대야현상을
보였고 열흘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에서 열대야현상은 50여년만의 무더위였다는 지난 94년의 경우
34일이나 나타났고 95년엔 11차례, 지난해엔 15차례가 있었다.

8월이 오기도 전에 일주일이 나타났다면 올해의 무더위도 보통수준은
넘는 것 같다.

최근 몇일 동안은 습도마져 높아 불쾌지수가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열파에 의한 탈수증이나 심장발작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수면부족으로 인한 만성피로 등 "무더위 병"도 걱정된다.

과도한 에어컨 사용으로 냉방병에 시달릴 우려도 많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