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건설현장인 충북 청원의 비룡터널과 옥천의 마성터널 등 6개
터널구간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폐갱도가 또다시 대거 발견돼 이들에 대한
정밀진단실시 및 보완공사는 물론 심할 경우 설계변경이 불가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비룡터널은 공사착공 4년여가 지나 이미 공정률 80%를 넘어선 상태
여서 재시공 진단이 나올 경우 한곳에서만 최소 1천억원 이상의 예산낭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건설교통위원회 임채정 국민회의의원은 17일 "광업진흥공사가 지난해
12월부터 서울~대전간 노선 주변에 대한 폐광실태를 조사한 결과 비룡(시공
회사 한신공영) 마성(충북옥천) 문곡(충북청원) 화신5(충북영동) 용와(충남
아산) 송정(경북칠곡) 등 6개터널이 대형폐광지대나 자연동굴지대를 통과하는
것으로 추가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현재 정밀진단 및 안전점검이 실시중인 천안~대전 시험선 구간
뿐만 아니라 서울~부산간 4백12km 전체노선에 걸쳐있는 터널 및 교량구간에
대한 전반적인 설계점검이 필요하다고 임의원은 지적했다.

광진공 조사에 따르면 서울 기점 1백30km 지점에 위치한 비룡터널의 경우
터널중심과 1백~2백30m지점에 일제시대 채굴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은 및
중광석 등의 폐갱도가 모두 10개나 발견돼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마성과 화신5터널은 아직까지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하지 않았으나
비룡터널은 지난 92년 7월에 착공돼 현재 굴이 완전히 뚫렸고 콘크리트
공사만 일부 남겨두고 있어 재시공이나 우회노선으로 변경할 경우 상당한
예산이 추가될 것으로 추산된다.

마성터널과 화신5터널의 경우도 폐갱도가 터널쪽으로 뻗혀있는 것으로
밝혀진데다 벌집형태로 뚫려있어 상황이 심각하다.

지질전문가들은 이와관련, "고속철도의 경우 터널 중심에서 42m내 갱도나
빈 굴은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지반자체가 약하면 1백m이상의 범위까지
영향을 주게 돼 고속철도의 안전운행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속철도공단은 비룡터널의 폐광을 전문기관에 의뢰해 정밀조사할
계획이어서 결과에 따라 96년 폐광발견으로 우회노선으로 설계가 변경된
상리터널 노선 이상의 파문이 일것으로 우려된다.

< 김상철 최인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