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명시 기아자동차공장 도장2부 이행덕(48) 주임.

그는 자동차에 색을 입히는 도장에 관한한 자타가 공인하는 베테랑이다.

도장분야에서만 26년을 일한 명장이다.

명장이란 정부가 최고의 기술보유자에게 수여하는 칭호.

이주임이 개발한 우레탄 도장공법은 그의 기술력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통상 자동차에 색을 칠할때는 먼저 우레탄을 입힌다.

표면이 갈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것.

그러나 우레탄을 차에 칠하는 작업은 말처럼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차의 표면이 거칠어지기 쉽다.

그래서 마스킹이라는 번거로운 공정이 또 필요하다.

이주임은 마스킹을 하지 않고도 우레탄을 도장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공기를 이용해 우레탄이 얇게 골고루 발라질 수 있도록 한 것.

이 공법을 적용한 뒤 연간 6억원의 원가가 절감됐다.

작업인원도 6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자동차 도장공정에선 일대 혁신적 개선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도장에 관한한 "도사"인 이주임의 최종학력은 중학교졸업.

이점에 비춰볼때 그의 기술력은 학력에서 나온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수
있다.

바로 26년간 다듬어진 손끝에서 나온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이론에 강한 "머리기술"이 있어요.

하지만 생산현장에 있는 근로자들은 몸으로 체험한 "손끝기술"을 갖고
있지요.

머리기술은 공부를 안하면 끝나지만 손끝기술은 일을 하는 한 계속
개발할 수 있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더 강하지요"

"기능이 우수한 사람들은 많은데 회사나 정부가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몸으로 익힌 기술을 가르쳐 주면 그것을 배운 사람들이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할 텐데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배울 기회가 없어요"

이주임은 근로자들의 작업능력이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손끝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