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외국인들에게 인상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점을 들지만 과연 우리가 정말 그런지는 자문해보고 싶다.

외국인에게는 친절한지 모르지만 우리끼리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것같기
때문이다.

우리도 외국에 나갈 경우 그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한지를
무의식적으로 평가하게 마련인 것을 보면 친절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돈 안들이고 상대방으로 부터 강한 호감을 살 수 있는
것중에 친절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싶다.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국민을 들라면 일본인을 꼽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일본인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각은 대부분 호.불호라는
이중구조를 갖고 있다.

"불호"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그들의 국민성이 싫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에게 많은 피해를 가져다 주었다는 점에서 감정적으로
싫다는 점이다.

"호"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네들로부터 배울점이 많다는 것이다.

일본출장을 다녀오며 느끼는 심통반, 부러움반의 묘한 감정도 일본을
바라보는 이러한 이중구조의 시각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불호의 시각은 다분히 우리의 주관이 많이 개입된 것이고 세계인의
시각에서 보면 어쨌든 일본인들은 친절을 무기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김포에서 2시간이면 닿는 나라 일본의 곳곳에서 맞닥뜨리는 친절한
국민성은 그들에 대한 경계의식을 한결 가볍게 해주는 경향이 있다.

식당의 종업원, 택시 기사, 상인, 공무원, 심지어는 거리의 사람들도
친절로 똘똘 뭉쳐, 이런 일본의 친절문화라면 우리이게 얼마든지 유입되도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기곤 한다.

친절한 국민성이 일본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빛을 갚는다"는 속담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음에도
우리의 친절도는 그리 높지 않은 현실이다.

식당 종업원도, 택시 기사도, 공무원도 친절하자는 구호를 외치지만
실제는 그리 나아지지 않고 있다.

친절은 서로서로의 기분을 북돋우고 밝은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친절은 우리끼리도 신이 나게 하지만 외국인이 왔다갈 때 다시 한번
오고 싶고 사고 싶지 않은 물건이라도 사지 않고는 못배기게 한다.

세계화 시대에서의 친절은 소프트 경쟁력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