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돌아가려고 할때쯤 미아가 어머니의 손을 끈다.

"엄마, 요기 요 골목에 내가 늘 들어가보고 싶은 다방이 있어요.

바로 저집, 너무 이탈리안 스타일이지? 커피 한잔에 오천원 이상이에요.

우리 주머니 수준에는 비싸니까 밖에서만 구경하는 장소였어. 비싼 커피
한잔 사줄수 있지요? 우리 알뜰한 엄마. 오늘밤은 특별이지? 응?"

그 아이는 모든 종류의 호기심에 언제나 용감했다.

그녀는 미아에게 이끌려 그 커피하우스라고 멋있게 간판이 나무로
디자인되어 있는 숍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상당히 정성들인 디자인의 환상적인 장소다.

"엄마는 저녁에는 커피 안 마시는데"

"엄마, 여기에는 꼭 커피맛과 같은 생커며, 이 세상에 있는 커피라는
커피는 다 있다우. 몇 수십가지의 별의별 이름이 붙은 커피들이 있어요"

이 아이가 벌써 들어와본 곳이구나.

글쎄 미아가 미지의 장소로 남겨둘 곳은 세상에 아무 데도 없다.

미아는 대학 떨어지고 한달동안 미국에 가서 샌프란시스코며 엘에이,
요세미티, 그랜드캐년, 세계에서 제일 얕다는 데스벨리 사막이며 서부를
샅샅이 돌아다니고 왔다.

여행사에 근무하는 사촌언니들에게 미리 예비지식을 얻어 유효적절하게
같은 재수생인 인화와 같이 배낭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재수좋게 재수생이
된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떠들어댔었다.

그는 이류대학에는 가고도 남을만큼 실력이 우수한 우등생이었다.

하이스쿨에서 말이다.

"너 여기 들어와봤었지?"

"아이구 오마니, 아니라면 믿으시겠수? 매일 못 들어온다는 것이지.
내 소망은 이런 환상적인 장소를 경영해보고 싶은 거유.

그리고 인생이나 예술이나 모든 호기심이 인류의 지능과 행복을
발전시킨다고 가르치셨잖우.

나는 공박사의 호기심 많은 딸로서 조금도 도에 넘치거나 어긋나는 짓은
안 하고 다니니까 염려 마슈. 다만 그 백영이 오빠가 왜 나를 자꾸
피하느냐가 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거유"

미아는 열여덟살답게 꾸준히 질리지도 않는지 힘이 점점 왕성해지면서
떠들어댄다.

"어머니는 솔잎차를 드셔보세요"

에이프런을 입은 화란 아가씨같은 레지가 주문을 받고 간다.

아주 소박하고 예의 바르다.

"너 그 오빠를 좋아한지 오래 됐구나?"

공박사는 오빠라는 말을 싫어하면서도 미아를 위해서 환자에게 하듯이
자기를 누르고 성실하게 경청하기로 한다.

"그 오빠가 학원에서 사라진후 나는 병이 들 정도로 영이 오빠를
그리워했어"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