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노동관계법안 처리문제가 정기국회 폐회를 하루 앞두고 초읽기에
몰리면서 정치권은 물론 노동계와 경영계에 긴박감마저 감돌고 있다.

정부와 신한국당은 내일 정기국회가 끝나는대로 곧 임시국회를 소집,
정부가 제출한 노동법개정안을 연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안에 대한 노동계및 경영계의 반대가 수그러들지 않는데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 의원들까지 새 노동법안의 연내처리에 반대하고
있어 전망은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일이 촉박하고 법안의 내용에 다소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본란에서 여러번 지적했듯이 노사관계개혁은 이번에 하지 못하면 영영
물건너가게 될지도 모르며 따라서 노동법개정작업은 어떤 일이 있어도
연내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생각이다.

올해를 넘기면 곧 전국의 크고 작은 사업장에서 봄철 임단협상이 시작되고
이는 대통령선거 분위기와 맞물려 노사불안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법안처리를 내년 임시국회로 넘기면 처리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
뻔하며 그렇게될 경우 경제회생을 위해 긴급한 노사관계개혁은 기약없이
늦춰지게 되고 노동법개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

그로 인한 국가 사회적 손실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물론 법안처리를 둘러싼 이견은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노동법의 연내처리로 노사간 소모적 갈등을 빨리 매듭짓고 경제를
살리자는 결단이 갖는 당위성과 명문 때문에 여론의 이해와 지지가 형성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충분한 심의를 위해 내년으로 넘기자는 주장은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참으로 무책임한 주장이 아닐수 없다.

새 노동법안은 노사관계개혁위에서 반년이상 당사자간 토의를 거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부가 관계부처간 협의를 통해 마련한 개혁안이다.

그 과정에서 이미 노사의 입장과 모든 쟁점은 충분히 검토되고
반영됐다고 봐도 좋다.

때문에 남은 것은 부분적인 보완과 선택의 문제일 뿐 또다시 긴 토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성의만 있다면 임시국회는 물론 공청회를 연다 해도 연말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여당은 정치적 부담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시대적 국가적 상황에 대한
현실인식과 국익에 바탕한 국정주도라는 집권당의 책임의식을 갖고 야당과
국민을 설득해 노동법안의 연내처리를 관철해야 한다.

야당은 국회심의 연기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분명한 대안제시가
있어야 한다.

골치아픈 문제에 끼어들지 않고 구경만 하다가 노-정이 충돌하면
어부지리나 얻겠다는 생각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한다.

노동법개정과 노사관계개혁은 무한경쟁시대에 국민경제가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실현해야 될 핵심적 과제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인심을 잃고 싶지 않다는 정치적 계산은 여-야 모두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국회도 노동법개정이 나라의 장래가 걸린 문제라는 인식하에 대국적
자세로 새노동법안을 연내에 통과시키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