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은 조선소가 해운사로부터 수주한 뒤 건조과정을 거쳐 선주에게
인도되기까지 평균 2년여가 걸린다.

올해 수출된 배는 상당량이 94년과 95년에 수주된 물량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조선업계는 95년도의 수주실적이 713만3,000GT(그로스톤)로 비교적 좋았기
때문에 내년도 수출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98년이후이다.

올해 수주실적이 10월말 현재 377만2,000GT로 근래들어 최악의 상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세계 조선산업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한일
양국이 경쟁적으로 조선설비를 증설한데다 이에 따른 선가의 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는 등 시장상황도 안좋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조선설비능력은 93년 조선산업합리화조치 해제이후 약 30%가
늘어났으며 일본도 규제완화조치로 금년 7월이후에만 약 10%가 늘어났다.

한일 양국에서만 500만GT가량의 공급능력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올해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실적은 10월말 현재 87척 377만2,000GT로
전년동기의 146척 505만8,000GT보다 25.4%가량 감소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중공업 한라중공업 등 국내 5대 조선소의 수주량을
금액으로 따지면 36억4,600만달러로 올해 목표금액인 82억5,000만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조선업계는 연말에 이뤄질 현대상선의 LNG(액화천연가스)선, 미국
마제스틱사의 15만t급 유조선 4척, 미국 셰브론사의 VLCC(초대형 유조선)
4척 등 대형 수주건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상황을 반전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일부 선주들은 선가의 추가인하를 노려 입찰을 내년으로 미루려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는게 조선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최근 3년간 특별한 이유없이 선박이 과잉발주된 경향이 있어
내년도에는 급격한 발주물량 감소도 예상된다.

선박 종류별로 보면 살물선이나 컨테이너선은 최근 수요에 비해 과잉
발주된데다 주요 해운국들의 금융조건 악화로 앞으로 큰 기대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탱커의 경우 항로의 단거리화로 수요증가가 미미했으나 노후선의 대체
물량이 예상되고 있으며 셔틀탱커 등 해양플랜트의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앞으로 일감부족 및 저선가 구조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예상돼 내년 상반기에는 최악의 상태까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는 조선경기의 침체가 향후 2~3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세계 조선시장 역시 일본이 40%, 우리나라가 25~30%대로 나누어 차지하는
분할점유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