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일부터 운행에 들어가 매회 만원사례를 기록하며 불황을 모르고
계속 질주하는 록뮤지컬 "96지하철1호선".

이 뮤지컬에 탑승했던 사람들이 잊지 못하는 장면이 있으니 바로 강남
사모님들의 노래와 춤이다.

남자배우들이 사치와 허영심으로 가득찬 장.차관 재벌 장성 고급공무원
국회의원의 부인들역을 맡아 우리 사회의 한단면을 통렬하게 풍자한다.

이들 가운데 단연 관객을 자지러지게 만드는 배우는 가장 뚱뚱한 사모님
으로 등장해 무대를 팔딱팔딱 뛰어다니는 최무열씨(29).

사모님역말고도 기저귀를 찬 아이, 사이비종교 전도사, 회사원 등의 역할을
깔축없이 소화해 관객을 사로잡는 최씨는 그러나 전문연기자가 아니다.

원래 이 극의 노래지도를 맡은 "지휘자 선생님"이었으나 제대로 지도하기
위해서는 연기경험이 필요하다는 연출자 김민기씨의 권유로 무대에까지
서게 됐다.

어려서부터 노래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최씨는 성악(한양대 성악과)을
전공했고 89년 MBC 대학가곡제에서 "망향"이라는 노래를 불러 은상을
받았다.

또 사람들을 모아 놓고 노래부르기를 좋아해 대학에 다닐 때는 모교인
경기고 합창반을 지도했고 요즘도 단국대 합창단과 교회 등에서 청소년
합창을 지도하고 있다.

한때 오페라배우를 꿈꿨던 그가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줄리어드음대에서 연수를 받을 때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고 나서 부터.

"뮤지컬이 끌어당기는 힘은 대단했어요.

"레 미제라블"같은 공연은 여섯번이나 봤지요.

"21세기에 살아남을 예술은 뮤지컬이다"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캐츠"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같은 공연을 보면서 뮤지컬 노래의
기본이 성악에 있고 실제로 뮤지컬 배우들중 상당수가 성악 전공자임을
알았다고.

미국의 대표적인 합창단인 "로버트 쇼"나 "로저 와그너"가 뮤지컬곡들을
고정레퍼토리로 삼고 있는데 착안, 최씨는 94년에 "뮤지컬 프로젝트"라는
뮤지컬곡을 전문으로 부르는 합창단을 만들어 공연하기도 했다.

마음 한구석엔 여전히 클래식에 미련을 갖고 있던 그는 이 무렵 친구의
소개로 김민기씨를 만나고 나서 뮤지컬음악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지난해 공연한 극단학전(대표 김민기)의 뮤지컬 "개똥이"에 참가함으로써
그의 본격적인 뮤지컬인생이 시작됐다.

"뮤지컬수준을 논할 때 주로 조명 음향등 하드웨어쪽을 얘기하지만
가창부분도 선진 뮤지컬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어요.

국내에서는 아직 정립되지 않은 전문적인 뮤지컬 노래지도자가 되어
우리나라 뮤지컬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힘쓰겠습니다"

음악말고는 별다른 취미나 특기가 없다는 최씨는 "96지하철1호선"에서
날마다 확인하는 배우로서의 끼를 살려 볼 생각도 하고 있다.

단 오페라는 뚱뚱해도 주인공을 하는데 별 지장이 없지만 뮤지컬은 그렇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성악을 잘하기 위해 일부러 찌운 살이 원망스럽다고 싱글싱글 웃으며
얘기한다.

벌써부터 여러 극단에서 노래지도 요청이 들어올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최씨는 "앞으로 2년정도 국내 뮤지컬계에서 경험을 쌓은 후 미국으로
가서 3년동안 뮤지컬을 깊이있게 공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