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보전빌딩 2층 "삼성 디자인 멤버십" 작업방.

저녁 6시가 넘어서면 학교를 마친 디자인 멤버십의 대학생 회원들이
전자카드로 자동유리문을 열고 하나 둘씩 들어온다.

문가에 앉은 삼성전자의 관리직원과 인사를 나눈뒤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들이 전시된 쇼룸을 지나 자기 자리로 간다.

책상앞에 앉아 펜티엄급 PC를 켜면 인터넷홈페이지 만들기등 아침까지
하다가 만 작업이 모니터에 뜬다.

이곳에는 하루종일 불이 꺼지지 않는다.

회원들이 밤낮으로 작업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스스로 저녁에 나와 밤샘작업을 하는것이 더 좋다고 말하는
"야행성"들.

"여기 학생들은 이곳 일과 학교공부 연애사업까지 모두 열심인 그야말로
"슈퍼맨"들이지요"(김석근 삼성전자 대리.디자인 멤버십 담당)

삼성 디자인 멤버십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산업디자이너의 육성을 목표로
삼성전자가 지난 93년 디자인 전공 대학생들만을 위해 설립한 자그만한
실습장.

200여평의 공간에 각종 컴퓨터 컬러프린터 등 장비를 4억원어치나 갖추고
있다.

회원은 매년 전국 각 대학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30명정도 선발한다.

이들을 실력있는 유명 대학교수 9명이 틈틈이 나와 지도해 준다.

"서로 다른 대학에 있지만 공통의 관심을 가진 동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게 큰 매력입니다.

디자인계의 흐름을 알 수 있거든요"(백승현.중앙대 산업디자인과 4년)

이들은 이곳에서 대여섯명씩 " SIG(Special Interest Group )"라는 팀을
구성해 협동작품을 만든다.

지난해 "제품 SIG"가 삼성항공과 산.학협동으로 개발한 "실물화상기기"는
상품화돼 올해의 GD( Good Design )마크를 획득하기도 했다.

산업 디자인은 예술적 감성외에 제품의 기능적 문화적 인간적인 모든
측면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예술분야.

그래서 이들은 매주 세번씩 외국인 강사를 초빙해 TOEIC 강좌를 듣기도
하고 영화관이나 전시회를 같이 어울려 다니며 안목을 넓히기도 한다.

또 매달 한번씩 서울 후암동의 지체부자유아 재활원에 찾아가 몸이
불편한 아동들을 돌보아주기도 한다.

이들은 요즘 8월에 열리는 회원전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회원전의 주제는 " History ".시각SIG는 인터넷에 멤버십을 알리고
회원 작품들을 소개할 홈페이지를 제작중이고 다른 팀들도 나름의
작품을 제작하느라 밤샘하기 일쑤다.

이들 미래의 산업디자이너들은 더 좋은 작품으로 보다 아름답고
편안한 삶을 만들고자 밤을지새는 당찬 젊은이들이다.

<김주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