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인이 보옥의 속옷을 벗겨주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엉덩이와 허벅다리가 온통 멍이 들고 터져 있었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옷을 벗겨주어야만 하였다.

대부인의 방에서 응급치료를 받을 때도 그랬지만 보옥은 속옷이 내려가면서
살을 건드릴 적마다, "아야, 아야야" 소리를 지르며 몸을 뒤틀다가 그
바람에 허리의 통증을 느끼고 또 신음을 토하곤 하였다.

그러면 습인은 손을 얼른 옷에서 떼어내었다.

그러기를 서너번 한 후에 겨우 보옥의 속옷을 벗길 수 있었다.

알몸이 된 보옥이 이를 악물고 상체를 간신히 일으켜 자신의 아랫도리를
살펴보았다.

고개를 한껏 돌려 엉덩이 쪽도 내려다보았다.

시퍼런 멍투성이요 뻘건 상처투성이였다.

그렇게 곤장 자국들이 구렁이가 감겨 있는 것처럼, 번개가 지나간 것처럼
아랫도리 가득히 새겨져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혹독하게 매질을 하실 수 있을까. 가만 있어 보세요.
혹시 뼈가 다친 것은 아닌지 내가 한번 살펴볼게요"

습인이 울상을 지은채 보옥의 아랫도리를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눌러보았다.

보옥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아픔을 참아내었다.

"다행히 엉덩뼈나 다리뼈가 다친 것 같지는 않아요. 자칫했으면 불구가 될
뻔했지 뭐예요"

그러면서 습인이 흘끗 보옥의 사타구니 물건을 훔쳐보았다.

그 물건은 이제 힘이 하나도 없이 축 처져있었다.

곤장이 엉덩이를 내리칠 적마다 그 물건도 짓눌리면서 혼이 났을 것이었다.

결국 따지고 보면 저 물건 때문에 보옥이 그렇게 곤장으로 치도곤을 당한
셈이었다.

보옥이 금천아에게 수작을 걸었던 것도 저 물건이 충동질을 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남자들은 저 물건 하나 잘 간수하지 못해 온갖 화를 자초한다
고 볼 수 있었다.

습인이 볼 때 그 순간에는 그 물건이 남자들의 고난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하였다.

"이미 불구가 된 기분이야. 언제쯤 멍이 풀리고 상처가 아물어서 걸어다닐
수 있을까. 안 그래도 답답해 죽겠는데"

보옥이 더 이상 자기 몸을 보고 있을 수가 없는지 고개를 돌렸다.

"곧 나아지실 거예요. 보채 아가씨가 술에 개어서 바르는 환약을 가지고
왔는데 그 약이 어혈을 푸는데 특효가 있대요. 그걸 바르면 내일이라도
걸어다닐 수 있을 거예요"

습인은 보옥을 위로하기 위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보옥이 언제 쾌유가
될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