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규제는 가급적 풀되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향이다.

여신관리대상을 10대그룹으로 축소하는등 정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는 대신 공시제도와 감사제도를 정비하고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등 외부견제기능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당초 대기업정책을 구상하면서 기업의 소유구조까지 손을 대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지분과 관계없이 대주주가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관행을 막기위해서다.

그러나 소유구조까지 손을 댈 경우 기업들의 경영의욕을 크게 떨어뜨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아 "차선"의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책에서 소유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대신 가지급금변동 내역등의
즉시공시등 대주주들의 독단을 막기위한 직.간접 대책들이 주조를 이룬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새로운 대기업정책의 주요 방향은 다음과 같다.

<> 소액주주 권한강화 =대주주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이
자기 지분만큼의 권리를 찾을 수있는 장치를 마련하는데 초점을 뒀다.

우선 소액주주권의 행사요건을 현행 주식지분율 5%이상에서 1~2% 수준으로
크게 낮출 계획이다.

현재 소액주주들이 상법상의 권한인 <>부당행위를 한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소송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 <>임원에 대한 불법행위 중지요구
<>주주총회소집요구 <>회계장부 열람권등을 행사하려면 5%의 지분을 모아야
하나 이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1~2%만 모이면 이같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기업경영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소액주주권 행사요건이 3%인 점을 감안할 경우 1~2%선은 상당히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소액주주의 권한에 주주총회 의안제안권을 신설키로 한 것도 같은 취지다.

<> 감사제도 정비 =그동안 대주주의 "하수인"격으로 여겨졌던 감사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회복시키기로 했다.

방향은 크게 네가지.

우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회사와 부채비율이 높은 회사에 대한
증권관리위원회의 외부감사인 지정제도를 더욱 강화키로 했다.

현재 지분율 50%이상인 대주주가 경영하는 회사와 부채비율이 동종업종
평균부채비율의 1.5배 이상인 경우 증권관리위원회가 외부감사인을 지정할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앞으로 이 기준을 지분율은 30~40%, 부채비율은
1.3~1.4배로 낮추겠다는 뜻이다.

또 지금까지는 공인회계사의 "한정의견"을 받은 회사에 대해서만 증관위가
직접 회계감리를 실시했으나 앞으로 소액주주가 회계감리를 요청한 회사들에
대해서도 증관위가 회계감리토록 했다.

이와함께 주총에서 감사를 선임할때 대주주의 의결권제한 지분범위(3%)에
특수관계인과 계열사지분을 포함하고 감사가 회계감사인을 선임할수 있도록
했다.

<> 공시제도 정비 =대주주들의 변칙 경영가능성이 많은 쪽에 대한 공시를
대폭 강화토록 했다.

골자는 <>가지급금 담보제공 지급보증 및 주식.부동산거래등을 거래 금액에
관계없이 즉시 공시토록 하고 <>일상적인 물품 서비스거래는 일정기간
합산해 공시토록 한다는 것.

현재는 자본금 10%이상의 타법인출자나 담보제공 채무보증등에 한해서만
즉시공시토록 하고 증여 비상장계열사 주식처분등은 주총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대주주에 대한 현금 유가증권대여(가지급금)도 주총에서 승인만 받으면
되도록 하고 있다.

주총승인사안이었던 가지급금을 즉시공시사항으로 바꾼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 여신관리제도 개편 =여신관리대상을 30대그룹에서 10대그룹으로 축소
했다.

현행 여신관리제도가 경제력비중이 크지 않은 11~30대 계열기업군까지
포함하고 있어 개방화시대에 국내기업의 자율적인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실제 30대 그룹에서 11~30대 그룹이 차지하는 매출이나 자산총액비중이
25% 내외로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빠르면 다음달 여신관리제도 개편안이 금융통화운영위원회를 통과
하면 11~30대그룹들은 은행돈을 빌리기가 훨씬 수월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그러나 출자총액제한(순자산의 25%이사 타회사 출자금지)과 상호
지급보증제한(자기자본의 2백%)등 공정거래법상의 제한은 30대그룹에 계속
적용하기로 했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