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 공동기획 ]

스튜어트 해밀턴

지난 95년 2월 영국 런던시에 있는 최고의 상업은행인 베어링은행은
10억달러가 넘는 자금손실로 파산했다.

이 사건은 국제은행업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고 베어링사의 파산을
자초했던 장본인인 28세의 청년 닉 리슨은 현재 싱가포르의 한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고 있다.

이같은 종류의 극적인 붕괴가 전세계 신문지상에 거의 톱 뉴스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베어링사건의 경우 눈길을 끌었던 것은 금융신문뿐만 아니라
각종 대중 매체들이 극동아시아에서 독일에 이르기까지 리슨의 행동을
추적보도하는등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 당시 리슨은 싱가포르로 송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BBC텔레비전과 인터뷰를 자처했다.

그 결과 경찰측으로부터 즉각적인 대응이 나왔고 외국 금융상품에
대한 강한 제재, 그리고 심지어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전면적인 거래
금지조치가 뒤따랐다.

그후 1년뒤 뉴욕의 다이와은행에서도 문제가 터졌다.

언론들은 히스테리컬한 비평을 해댔다.

마치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처럼 규제장치나 회계감사원 등을
희생양으로 몰아 넣었다.

그러나 이같은 사건은 신문의 머릿기사로 오래 남지 않는다.

혼란이 생기고 공식적인 보고가 나오면 종종 한달 후 그 사건을 상세히
설명하고 비난을 적당히 나누기 시작한다.

사건의 교훈을 말하고 법률 개정-그것이 효과가 있을지 없을 지는
모르겠지만 동일한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이 제안된다.

사실 베어링사와 다이와사의 재앙은 모든 산업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중에서 단지 "최근"의 일이다.

또 이같은 사건은 거대한 선진국을 비롯 크레디리요네 BCCI 맥스웰
등과 같은 규모는 크지만 썩 우수하지 않은 회사들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버마오일사가 파산한 이후 단지 20년이 지났을 뿐이다.

바로 이때 팬 센트럴사가 파산했고 록히드사와 맥도널 더글러스사는
롤스로이스가 떨어졌던 구렁텅이를 봤다.

그러나 그 당시 치유됐던 실수가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

성공에서 배우는 것만큼 이같은 실패로부터 배울점들도 수두룩하다.

금융과 관련된 교훈은 거의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얼핏 보기엔 대답은 쉽다.

대부분의 경영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의 초점은 성공한 기업 또는
기업인들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즉 "탁월함"을 추구하기 위해 그들은 "누가 자신보다 잘하는 가를
살펴보는 것"에 불과한 벤치마킹을 수없이 하는 것이다.

기업의 어두운 면(실패와 파산)은 베어링사의 파산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기전까지는 많은 관심을 끌지 못한다.

기업의 재난을 다루고 있는 책들이 있지만 경영자들은 업무과중으로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여기에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지난 10년동안, 특히 90년대초 경기침체기 이후 많은 기업들은 광범한
조직축소와 계층간소화 과정을 겪었다.

이 과정은 기업들의 중간관리자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쳐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업에 대한 지식과 산업의 역사를 잃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외환딜러나 펀드매니저들은 보통 나이가 젊다.

많은 투자기관의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교훈을 얻을 만한 사건은 태어나기 전이나 학교다닐때 발생했다.

베어링사의 파산에서 볼수 있듯이 기업들이 한가지 요인으로 파산하는
경우는 드물다.

파산직후 많은 논평이 뒤따랐다.

재무장관 케네스클라크는 "한 악덕 딜러"를 비난했을뿐 전체적인
시스템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람은 은행을 파산시키려는 음모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따라 세부적인 내용이 드러났다.

비록 파산은 그의 불법적인 거래에서 비롯됐지만 그의 불법적인 행동은
베어링사에 만연했던 조직 관행하에서 가능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교훈은 파생금융상품을 취급하든 않든 모든 금융기관과 기업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즉 베어링사의 파산은 파생금융상품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 "통제의
전무"때문이라는 것이다.

베어링 파산에 대한 두 개의 공식조사 보고서를 유심히 보면 이 사건이
무능한 경영과 감독부재로 인한 것임을 알 수있다.

보고서는 3개의 영역에서 큰 실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첫째 교훈은 <>급속팽창 <>조직개편 <>인수합병 등의 시기에는 "적절한
통제 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베어링의 은행시스템은 극동지역의 급격한 사업팽창과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

이 지역에서의 새로운 업무와 사무소운영은 종종 미숙한 인력에
맡겨졌다.

게다가 정보가 있더라도 이해할 수없거나 사용할 수없었다.

최근 유럽의 한 기업은 조직을 내셔널( National )형에서 제품라인에
따라 권한을 이양시킨 범유럽형으로 바꾸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같은 조직개편의 결과가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라는
보고를 무시하고 갑작스럽게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회사의 금융회계 담당자는 기대만큼의 비용절감과 생산성향상을 위한
필수적인 정보시스템을 정착시키는데 2~3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같은 조직개편을 "만들거나 팔거나 하라, 그러나 세지는 말자"는
식의 경영의 또다른 예라고 지적했다.

이 처럼 조직개편시 회계감사기능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두번째 교훈은 우수한 시스템이 있더라도 그 시스템이 무시당하지 않도록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일 94년 8월 베어링의 미래에 대한 내부감사자료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파산은 막을 수있었을 것이라고 싱가포르 보고서는 말해준다.

회계감사자들은 리슨에게 거래와 결산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가 시스템을 무시할 수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결국 파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베어링사와 다른 많은 조직에서 내부회계감사 역할은 비교적 낮게
평가되고 회사내 영향력도 적다.

심지어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감사원들의 경험과 전문지식은 온당히 평가받지 못하고 그들의
낮은 지위는 그대로 보수에도 연결된다.

이같은 낮은 지위의 또다른 문제점은 베어링의 경우처럼 외부감사원들은
기업의 자료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회계감사원의 장이 최고경영자나 이사회에 직접 다가갈 수 있는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내부감사원의 역할제고와 함께 지위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사회는 외부회계감사에 모든 것을 위임해서는 안된다.

최근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자들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좋지
않고 주요 회계기업들에 대한 근무태만 소송이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즉 회계감사원들은 고객과 마찬가지로 "탐욕은 선"이라는 문화의
희생양이 돼 편법과 돈의 유혹에 끌리고 이윤에 굶주렸다는 것이다.

세번째 교훈은 지속적인 감독의 필요성이다.

베어링과 메탈게젤샤프트사의 경우 이사회의 감독 소홀을 엿볼수 있다.

사실 이사회 구성원들은 모든 경영분야의 기술이나 지식을 알수는 없지만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올바로 수행하기위해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어야
할 의무가 있다.

두 회사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메탈게셀샤프트는 이사회에 정보가 입수되지 않았던 반면 베어링사의
경우 정보는 입수가능했으나 그것이 적절히 사용되지 않았다.

베어링은행의 그 누구도 막대한 이익을 가져오는 활동들의 위험성을
지적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따져도 싱가포르로부터의 엄청남 이익은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런던의 고위간부들이 그들의 보너스가 증가하기 때문에
그같은 위험성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각종 금융기관들은 "일을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회사를 나가라"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보너스체제는 위험천만한 일에 다행히 성공한 이들에게만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실패한 이들에 대한 처벌방법은 해고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아마도 지금 이러한 보상체계가 바뀌어야 할 때이다.

경영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한다.

<>통제시스템이 적절한가, 그리고 정기적으로 재검토되는가 <>내부회계
감사원들의 지위는 어느 정도인가, 그들이 주요 이사회에 영향력을 미칠수
있는가 <>보수체계가 위험을 부추기는게 아닌가 <>환경변화에 대처하기위한
끊임없는 교육과 훈련이 진행되는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