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은총"을 뜻하는 동음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카리스카"(Charisma)는
언이나 기적을 행하는 초능력을 가리키는 독일말이다.

독일에서도 자주 쓰이지 않는 말이었으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지배의
세가지 유형을 제시하면서 "합리적지배" "전통적지배"와 함께 "카리스마적
지배"를 든데서 이 말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베버는 정치가 이념형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정치지도자는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천부적인 능력을 발휘해 무조건적인 추종을 불러일으키는
카리스마적 자질을 지닌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뒤에 미국의 저명한 기자인 윌리엄 사파이어가 "정치적 섹스어필"이라고
꼬집었듯이 카리스마란 비일상적 초자연적이며 신의 은총을 받은 것으로
여겨지는 특출한 자질을 말하는 것으로 이념적 합리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비스마르크를 만난 사람은 범접할수 없는 인물과 마주 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

누구나 "진짜 귀족이란 과연 이런 것이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와 동시대인인 윌리엄 그래드스톤도 인상적인 머리모양에다 특유의
연설솜씨로 청중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매력적인 연설가는 아니었지만 레닌의 연설을 들은 사람은 그의 말
이면에는 바로 진리가 숨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히틀러는 그 자신을 독일국민위를 이리저리 스치는 자석에 비유했던
것처럼 대중을 광신상태로 몰고가는 어떤 효력을 행사했다.

드골 모택동 이승만도 카리스마적인 빛을 발했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베버에 의해 제안된 카리스마적 "지도자 민족주의"는 실패작
이었다.

지도자의 독재는 "의회"가 막을 수 있다던 그의 확신은 환상에 불과했다.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의 지배는 대부분 정치적 선동과 권력남용의 위험을
낳았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에서는 지능지수(IQ)
감성지수(EQ)에 이어 인간의 능력을 재는 지수로 카리스마지수(CQ)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관련연구소들의 카리스마교육도 활기를 띠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보의 홍수속에서 판단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카리스마적 인물을 찾게
된다는 그곳 학자들의 분석도 흥미롭다.

미래예측이 불가능한 불안의 시대에는 대중이 그 그복의 책임을 지도자
에게 떠맡기고 심적평안을 얻으려하는 "지도자병"에 걸리기 쉽다는
사회학자 피터 호프슨테트의 이론이 들어맞는 것은 아닌지.

정치계절로 접어든 한국에도 카리스마적 선동정치인이 날뛰는 "지도자
병"이 다시 재발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