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인 < 동서경제연 수석연구원 >

올해는 자연으로 12지중의 첫째가 되는 해다.

동양적인 주기설로 보자면 새로운 사이클의 시작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 겪었던 각종 사고, 그리고 과거의 비리에 대한 시시비비는 우리의
정서를 어지럽혔다.

그러나 우리가 사고의 틀을 바꾸어 우리의 불행을 새로이조명해 볼 때,
성수대교나 삼풍사고 등은 공사의 심각성이나 인명.안전 중시사상에
뒤늦게나마 눈을 뜨게해 전화위복으로 볼 수 있겠다.

전직 대통령들의 과오와 비리에 대한 응징으로 정치문화가 새로이 정화되고
있는 것도 반가운 일로서, 국민의 도덕적 기운이 새롭게 충일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할 수도 있다.

새로운 창조와 시작을 위한 파괴로인해 소음과 진통이 컸으니 만큼 동지가
지나서 해가 길어지는 이치처럼 이제는 우리의 희망도 새롭게 시작될 수
있음을 본다.

이같은 사실을 수치로 언급하자면, 비록 어수선 했던 지난해 일망정 9.3%에
이르는 고성장율 속에서 우리의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천억불을 돌파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 또한 1만불을 달성했으니 이는 결코 만만히 간과할 경제
수치들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 바도체 3사가 이룩한 4조원에 달하는 기록적인 수익과 위업은
우리의 기술이 세계 최첨단의 선두에 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는 큰 것이다.

비록 병자연이 암시하듯이(병은 남방이며 양화의 정수요, 자는 북방이며
음수의 정수이니 불과 물이 맹렬히 다루는 형국이라 하겠다) 올해의 정국과
남북관계가 몹시도 시끄러울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음 또한 4월 총선 이후의 정계개편으로 스러질 것이며
정체된 남북관계 또한 어떠한 형태로든 새로운 돌파구가 보일 것으로 희망
한다.

다만 이같은 변화와 장초의 진통속에서도 우리가 취해야 할 정신과 자세가
중요하다.

모든 것을 감싸안고 포용할수 있는 너그러움과 인덕을 갖춤과 동시에
새로움과 발전을 향한 의욕과 목표의식도 함양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향후 이루어질 정계개편에 따른 패자들의 고통과 불만을
이해하고 어루만지며 대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경제면에서도 끊임없는 신기술의 개발과 신제품의 개발등으로
세계화 시장의 주역이 될수 있는 역사이래의 호기회를 살려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안정위에 경제적 성장 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도 금년 한해
우리의 정책기조는 작년에 시현한 4.7%의 안정된 물가지수를 계속 유지
시켜야 한다.

기업인들의 의욕이 계속 불붙도록 전반적인 규제완화와 경쟁환경 조성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이미 지난해까지의 실적으로 볼 때 국내 대기업들은 이제 어느정도
세계적인 개방파고 속에서도 스스로 독립하여 경쟁할수 있는 자생력이
입증되었다 하겠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 국민 모두가 산업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의 활력과
경쟁력을 회복해주고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어야 할때라
생각된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자금및 금융비용 애로를 해소시켜 주도록 적절한 통화
조절을 통한 금리의 하락 유도및 대출관행 개선에도 힘을 써야 하겠다.

이러한 점에서 이미 선진제국들이 끊임없는 재할인 금리조절을 통하여
경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것을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간접적인 경제환경을 조성하는게 오히려 직접적.구체적인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강조하는 것보다 중소기업의 육성에 발벗고 나서겠다 하고
대기업들도 이에 크게 동참하겠다 하니 천만다행이다.

이러한 안정과 화합 그리고 경제성장의 바탕이 잘만 이루어진다면 남북통일
또한 여유있게 성취되어 새로운 민족도약의 계기가 되어 동북아의 한국이
아닌 세계속의 한국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생각된다.

세칭 Pax Koreana가 꿈만은 아닐 것이며 다름아닌 병자년 바로 올해를 그
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9일자).